문화예술무크지 ‘알’ 창간, 온라인상에서 무가지로 배포

문화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 좁히기 시도
오광수 시인 '콩나물국 한 사발' 등 소개

기사승인 2023-08-30 15: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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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문화예술 무크지 ‘알’의 제1권 ‘문을 열다’가 첫선을 보였다. ‘알’은 “문화의 새로운 생산과 새로운 소비”라는 이념을 목표로, 전자책 전문출판사 디지북스에서 출판하는 부정기 간행물이다. 무크지 형태의 문화예술 전문지가 무가지로 발간되어 무료로 배포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예술무크지 ‘알’ 창간, 온라인상에서 무가지로 배포

디지북스의 정한용 대표(시인)는 “일 년에 두 권 정도 출간을 목표로 한다”라면서 “<알>이 ‘호’가 아닌 ‘권’을 부여한 이유는, 이 책이 매호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도록 기획하여 각 권이 단행본의 성격을 갖도록 이끌어가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번 첫 호는 모두 일곱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섹션1은 ‘신작시 한마당’으로 시인 다섯 명의 신작시 각 5편씩, 섹션2는 ‘아트갤러리’로 화가 다섯 명의 그림 각 5점씩, 섹션3은 ‘SNS & 에세이’로 세 분 작가의 수필 각 3편씩 실려 있다.

또 젝션4는 ‘신작시 두마당’으로 시인 다섯 명의 신작시 각 5편씩, 섹션5는 ‘여행과 사진’으로 세 작가의 여행 사진 각 5컷씩 실려있다.

섹션6은 ‘추천시집’으로 근래 발간된 좋은 시집 11권을 추천하며, 마지막 섹션7은 ‘월드뮤직을 찾아’ 연재 첫 번째로 메르세데스 소사의 음악세계를 다룬 글을 실었다.

문학이나 예술은 삶에 기쁨과 위로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영역이지만, 일반 독자(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디지북스에서는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모색한 결과 ‘알’을 창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무크지를 매개로 시인 작가 미술가 음악가 등이 독자 감상자 구매자 등과 연결이 되길 희망하고, 생산자는 작품을 편하게 선보이고 소비자는 부담 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을 비매품/무료로 출판 배포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이런 기획이 독자 소비자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하다. 무크지에 수록된 시인 오광수의 ‘콩나물국 한 사발’을 여기에 소개한다.
문화예술무크지 ‘알’ 창간, 온라인상에서 무가지로 배포
시인 오광수

‘콩나물국 한 사발이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지/ 목울대를 타고 넘던 설움도/ 뜨끈한 국물 한 숟갈 떠 넣으면/ 가슴 저 바닥으로 밀어낼 수 있지// 감당하기 힘든 슬픔으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거든/ 새빨간 고춧가루 확 풀어낸/ 콩나물국 한 사발 비워내고는/ 너무 매워 흘린 눈물인 양/ 손등으로 쓱쓱 훔치면 되지// 사나운 슬픔이야 왜 없을까/ 뜨거운 국물 한술 뜨기도 전에/ 터져 나오는 설움일랑은/ 눈물 섞어서 말아놨다가/ 내일이나 모레 어느 날/ 슬픔이 잦아들 때 먹으면 되지// 너와 내가 마주한 밥상 위에/ 웃자란 슬픔이 어디 한둘일까/ 아삭거리는 아픔 또한 적지 않아도/ 웬만한 세상살이 설움이야/ 얼큰하고 시원한 콩나물국 한 사발이면/ 슬퍼할 새도 없이 흘러가는 거지/ 그리 사는 거지.’

이 작품 외에도 책에 수록된 시와 그림들이 예쁜 편집과 함께 보기 좋게 배열되어 있다.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