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서 무너진 배구, 20주년 맞은 V리그는 팬들 사로잡을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3-10-14 1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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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서 무너진 배구, 20주년 맞은 V리그는 팬들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한국배구연맹(KOVO)의 정규리그 1위 트로피. 한국배구연맹(KOVO)

2005년 2월 첫 시즌을 치른 프로배구가 어느덧 20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도드람 2023~2024 V-리그’의 개막이 14일 오후 2시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남자부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오후 4시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경기를 시작으로 6개월간 대장정의 막이 오른다.

현재 국내 배구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연달아 저조한 성적으로 팬들의 기대치가 떨어진 상황이다. 최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녀 대표팀 모두 ‘노 메달’이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썼다.

이로 인해 배구계는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감독들과 선수들은 최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반성하고 달라져야 한다”라면서도 “리그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20주년을 맞이한 프로 배구에는 다양한 변화가 있다.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 선발을 비롯해 일부 대회운영요강 변경 등 몇 가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그중 주요 내용을 관전 포인트로 소개하고자 한다.

국제무대서 무너진 배구, 20주년 맞은 V리그는 팬들 사로잡을 수 있을까
OK금융그룹의 아시아쿼터 선수 바야르사이한. 한국배구연맹(KOVO)

새롭게 코트를 누빌 아시아쿼터 선수들

올 시즌부터 처음으로 V리그에 도입된 아시아쿼터 제도를 통해 일본, 대만, 몽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국의 아시아권 선수들이 새롭게 코트를 누빈다.

먼저 남자부에서는 지난 2017년 한국으로 건너와 순천제일고를 거쳐 각각 성균관대와 인하대를 졸업한 몽골 듀오 에디(삼성화재)와 바야르사이한(OK금융그룹)이 있다. 두 선수는 한국행 6년 만에 V리그에 입성했으며, 특히 에디는 성균관대 재학 시절 스승 김상우 감독과 프로팀에서 재회했다.

현대캐피탈의 부름을 받은 대만 국가대표팀 미드블로커 차이 페이창은 자국 리그에서 지난 2022~2023시즌 베스트 미들블로커로 선정되었으며, 같은 대만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리우 훙민(KB손해보험) 역시 대만뿐만 아니라 일본, 태국 등 여러 리그에서 활약한 바 있다.

이외에도 지난 시즌까지 일본 V.리그 파나소닉 팬더스에서 활약한 리베로 료헤이 이가(한국전력)도 주목받는 선수다. 파나소닉 팬더스에서 활약하며 두 차례 리그 우승과 준우승을 경험한 일본 국가대표 출신 아포짓 이쎄이 오타케(우리카드), 2015년 18세 나이로 필리핀 국가대표 선발된 이후 지금까지 대표팀으로 활약중인 필리핀 국적의 아웃사이드 히터 마크 에스페호(대한항공)가 출전 준비중이다.

국제무대서 무너진 배구, 20주년 맞은 V리그는 팬들 사로잡을 수 있을까
IBK기업은행의 아시아쿼터 선수 폰푼.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에서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을 비롯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활약한 태국 선수 3인방이 눈길을 끈다. 태국 주전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IBK기업은행)을 비롯해 아포짓 스파이커 타나차 쑥솟(한국도로공사),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 시통(현대건설)이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멋진 활약이 V-리그에서도 이어질지 기대를 모은다.

정관장의 지명을 받은 메가왓티 퍼티위는 지난 6월 열린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저컵’ 여자대회에서 인도네시아의 준우승을 이끌며 대회 베스트 아포짓 스파이커로 선정되기도 했다. 메가왓티는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인 히잡을 쓰고 경기에 나설 예정으로 V리그 역사상 전에 없던 광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미국과 필리핀 혼혈인 페퍼저축은행 미들블로커 엠제이 필립스는 미국 대학 졸업 후 필리핀리그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GS칼텍스 아이리스 톨레나다는 필리핀 국가대표팀으로 활약하는 동시에 자국 리그에서도 다양한 개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가나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흥국생명 레이나 토코쿠 역시 4년 동안 일본 슈퍼리그에서 뛰었으며 22-23시즌에는 핀란드 리그로 진출해 해외 리그 경험을 쌓았다.

한편, 외국인 선수의 경우는 남자부가 쿠바, 스페인, 호주, 리비아, 슬로베니아, 네덜란드 6개국, 여자부가 미국, 보스니아, 카메룬, 쿠바, 세르비아 5개 국적의 선수들로 이뤄져 있으며, 아시아쿼터 선수들을 포함하면 이번 시즌 총 16개국 외국인 선수들을 코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가 들어옴에 따라 팀 벤치 착석 인원 및 각 팀 출전선수 수 관련 대회운영요강이 변경되었다.

먼저 아시아쿼터 선수 통역이 추가됨에 따라 기존 감독, 코치, 트레이너, 의무, 통역, 매니저 등 벤치에 착석 가능한 팀 인원이 10명에서 12명으로 늘었다. 또한, 남녀부 각 팀 출전선수 정원이 외국인선수 미포함 남자부 14명, 여자부 18명에서 이번 시즌부터 외국인 및 아시아쿼터 선수 포함 16명과 20명으로 표기를 명확히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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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의 오기노 마사지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새로운 팀으로 만나는 선수와 감독

아시아쿼터 선수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즌을 맞아 새로운 팀에서 리그 개막을 준비하는 선수들도 있다.

주요 이적선수로 남자부는 1대 1 트레이드를 통해 KB손해보험으로 이적한 황승빈과 1년 6개월 만에 우리카드로 복귀한 한성정, 서로의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OK금융그룹 송희채와 우리카드 송명근 등이 있다.

남자부는 자유계약(FA)로 이적한 선수가 단 1명(나경복)인 반면, 여자부는 무려 5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여자부는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 우승의 주역인 박정아와 정대영이 각각 페퍼저축은행과 GS칼텍스로 둥지를 옮겼으며, 황민경이 IBK기업은행, 김수지가 흥국생명으로 이적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여전히 좋은 기량을 보이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의 이적 후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새로운 감독도 눈에 띈다. 특히 외국인 감독들이 올 시즌 새롭게 합류했다.  남자부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지난 8월 열린 ‘2023 구미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우승을 올리며 정규리그에서 활약도 예고했다. 여자부의 페퍼저축은행은 팀을 맡기로 했던 아헨 킴 감독이 일찍 짐을 쌌지만, 조 트린지 감독이 부임해 팀을 이끌 예정이다.

국제무대서 무너진 배구, 20주년 맞은 V리그는 팬들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난 시즌 통합 3연패를 달성한 대한항공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최초의 4연패 도전하는 대한항공, 놓쳤던 우승 도전하는 흥국생명

남자부의 대한항공은 전무후무한 최초의 4연패에 도전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2021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3시즌 연속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을 우승하며 3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삼성화재가 2011~2012시즌부터 3시즌 연속 통합 우승과 동일한 기록이다.

대한항공은 이를 넘어 최초의 4연속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20년의 V리그 역사상 아직까지 4연속 통합 우승은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대한항공의 주장 한선수는 “어떤 팀도 해보지 못한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다만 올해 아시아쿼터들의 합류로 대한항공이 쉽게 4연패를 하지 못할 것이란 예측도 따른다. 실제 미디어데이에서 대한항공의 4연패를 위협할 팀으로 한국전력과 OK금융그룹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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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준우승을 기록한 흥국생명의 김연경.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이 1강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에게 역스윕 패배를 당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배구여제’ 김연경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여기에 김연경과 과거 합을 맞쳐 온 미들블로커 김수지가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도로공사는 주포였던 박정아와 정대영이 FA로 이적했지만 여전히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비시즌에 박정아를 비롯해 많은 선수를 영입한 페퍼저축은행은 다크호스로 손꼽힌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