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전북대 ‘플래그십 대학’ 청사진은 좋은데

지역사회 상생발전, 획기적 학사 개편 내세워 ‘글로컬 대학’ 선정
지자체 사업 난항, 연구원 더딘 출범, 리더십 부족 등 난제 많아

입력 2023-11-20 11:05:24
- + 인쇄
[편집자시선]전북대 ‘플래그십 대학’ 청사진은 좋은데
전북대학교 전경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교육부가 지방의 거점 대학을 육성해 지역 소멸위기를 막겠다는 취지로 추진 중인 ‘글로컬 대학’ 30곳 중 10곳을 선정 발표했다. 이들 대학은 앞으로 5년간 1000억원씩 파격적 지원을 받게 된다.

이번에 선정된 대학들은 학과나 전공, 단과대학의 벽을 허물고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등 교육 시스템 전반을 혁신하며, 지역과 상생하고 지역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등 다양한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추진하는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는 지역 산업·사회와 연계한 특화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을 집중 육성,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으로 교육부는 올해 10개 대학을 시작으로 오는 2026년까지 총 30개 대학을 선정한다.

전북에서는 전북대가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최종 선정되면서 교육부로부터 1천억원, 전북도와 지자체로부터 950억원을 지원받으며 지역과 대학의 상생발전을 이끌어가게 된다. 1차 선발 15개 대학 중 최종 10개 대학에 선정된 것은 크게 축하할 일이다. 

전북대는 ‘전북과 지역 대학을 세계로 이끄는 플래그십 대학 구축’이라는 실행계획서를 제시하고 전북도와 함께 교육부 대면 심사를 받았다고 한다. 전북도 등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서 전북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핵심에는 '지역과의 상생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전북대는 그동안 글로컬대학 본 지정을 앞두고 새만금 대학 산업도시 구축, 서남대 폐교 유휴 부지 재생, 14개 기초지자체 발전을 견인할 'JBNU 지역발전연구원'와 산하에 14개 시·군 연구소 설립 등 지역사회와의 상생 계획을 밝혀왔다.
 
전북대는 또 106개 학과의 모집 단위를 광역화해 2025학년도부터 42개, 2028학년도에는 24개 학과로 줄여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 선발하고 첨단 배터리융합공학전공이나 K-방위산업학과 등 지역 맞춤형 교육 실현도 교육혁신 방안에 담았다.  

이와 함께 전북지역 대학 간 벽도 허물어 캠퍼스 완전 개방과 각종 교육콘텐츠도 공유하고 외국인 유학생 5천명 유치와 지역 정착을 통한 지역 발전기여 시스템도 조성할 계획이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5년 후 전북대는 우수 인재들이 먼저 찾는 대학, 지역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대학, 외국인 유학생들이 밀물처럼 몰려오는 플래그십 대학 등 글로벌 탑100 명문대학으로 우뚝 서 있을 것”이라며 “전북대 글로컬대학30 사업이 대학뿐 아니라 전북지역 발전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플래그십 대학 만들기’ 실행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먼저 모집 단위를 광역화하는 학사 구조 혁신안에 대한 학내 교수들과 강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과감히 변화에 동참해야 하는데 전공이나 계파간 장벽이 높은 전북대로서는 이를 이끌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지역과 지자체,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전제로 한 전북대의 계획은 참여 요소들이 다양한 만큼 일사불란한 체계를 갖추기는 쉽지 않다. 특히 최근 전북지역 대형사업들이 정부 예산 심의나 예비타당성 심사에서 줄줄이 탈락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새만금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구축과 국립 수중고고학센터 건립 사업 등이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예비타당성 심사 대상에서 배제되면서 지자체와 협력해 추진할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전북대가 지역사회와의 상생발전을 위해 내세운 'JBNU 지역발전연구원' 구성도 터덕거리고 있다. 전북대는 지난 8월 원장을 공모했으나 2차 모집공고 마감 시한이 지난 지금까지 선발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거론되는 인물도 총장과의 연관성 지적 나오고 있어 시작부터 난항을 겪을 것 같다. 

문제는 계획과 실행 사이에는 늘 간격이 컸다는 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차질이 예상되는 등 주변 상황의 변화와 저항은 있기 마련이다. 우선 선정되기 위해 무리한 세운 계획이 문제지만 현실에 맞게 재조율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계획을 내놓고 흥청망청 ‘돈잔치’만 벌린다면 지원을 중단하고 사업비를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 나온다. 대학들의 안이한 추진과 내부 세력들의 불협화음으로 혁신안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할 때를 대비한 경고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변화를 거부하는 집단 중의 하나가 대학이다. 혁신을 선도해야 할 대학이 가장 뒤처져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전북대도 크게 예외는 아니다. 대학 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글로컬 대학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