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올라오면서 1위를 하고, 상위권에 있다는 자체가 좋다.”

현대건설은 1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페퍼저축은행과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3대 0(25-17 25-23 28-26)으로 승리했다.

현대건설(승점 35점)은 7연승을 달리며 한 경기를 덜 치른 흥국생명(승점 33점)을 2위로 끌어내리고 선두에 등극했다. 외국인 선수 모마가 20점(공격성공률 45%)로 활약한 가운데 양효진도 13점(공격성공률 45%)으로 연승에 힘을 보탰다.

양효진은 1세트 초반 박빙으로 펼쳐지던 경기를 현대건설 쪽으로 끌고 온 주역이었다. 10-9로 근소하게 앞서던 상황에서 6연속 득점을 성공했는데 양효진이 이 중 4점을 책임졌다. 

현대건설은 양효진의 블로킹과 속공 득점이 연달아터지며 탄력을 받았다. 범실로 자멸하는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정지윤의 서브 에이스까지 나오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고, 1세트를 25-17, 8점차 큰 리드로 가져왔다.

양효진은 이날 블로킹 4개 포함 13득점을 기록했다. 커리어 1499블로킹을 적립하며 V리그 남녀 통산 1호 1500블로킹까지 단 1개만 남겨뒀다.

다만 양효진은 기록에 크게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양효진은 “솔직하게 말하면 10시즌(연속 블로킹 1위)까지는 블로킹을 할 때 기록을 의식했다. 블로킹 1위나 수치 등을 신경 썼는데 지금은 기록을 떠나서 매 경기 집중을 하고 있다. 그때부터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홈에서 기록을 달성한 것도 크게 아쉽지 않다. 어차피 원정에서 기록해도 해당 수상을 홈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하면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올 시즌 블로킹 1위를 기록 중인 IBK기업은행 최정민(세트당 0.93개)에 대해선 “(최)정민이는 손 모양이 예쁘게 잘 들어간다. 키가 많이 크지는 않은데 블로킹 1위를 하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모든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내게는 ‘너는 키가 크잖아’라고만 생각한다. 최정민 선수가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블로킹 손 모양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손 모양 베이스가 있다. 경기 흐름이나 랠리에 따라서 조금은 바뀐다. 일단 손 모양이 예뻐야 공격수가 아무리 틀어 때리고, 밀어 때려도 유효 블로킹이 된다”며 “블로킹은 벽이다. 벽을 예쁘게 쌓아야 유효 블로킹이 돼 우리 팀으로 넘어온다. 벽이 무너지거나 살짝만 틀어지면, 상대가 가볍게 때려도 득점이 난다. 그래서 손 모양을 제일 첫 번째로 얘기하는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시즌 초반에는 조직력에 다소 문제를 보이던 현대건설이었지만, 어느덧 연승을 질주하면서 상위권에 안착했다.

양효진은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제 역할을 찾아갔고, 이다현도 폼이 올라왔다. 선수들이 조금씩 좋아지면서 전체적으로 팀의 좋은 모습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돌아봤다.

팀의 1위 수성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양효진은 “하루 아침에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에 포스트시즌에 가는 것이 목표”라면서 “아직 시즌이 길다. 이제 반도 안 왔다. 그래도 계속 올라오면서 1위를 하고, 상위권에 있다는 자체가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대건설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2023년 홈 경기 일정이 더 없다. 원정 5연전을 치르러 떠나야 한다. 양효진은 “몸을 회복해 다시 경기에 나가는 건 힘들다. 12월 잘 버텨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수원=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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