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전북특별자치도 브랜드 표절시비 ‘또 망신살’

브랜드 디자인한 대학 로고 ‘판박이’...하루 만에 전격 변경
반복되는 실수 편의주의 업무시스템 탓은 아닌지 혁신해야

입력 2023-12-18 10: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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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시선]전북특별자치도 브랜드 표절시비 ‘또 망신살’
전북특별자치도 브랜드 슬로건으로 확정된 최종안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라북도가 또 망신살이 뻗쳐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전라북도는 내년 1월 새롭게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 도시브랜드와 슬로건을 야심차게 준비했으나 표절 시비에 휩싸이자 공개 하루 만에 전격 변경했다.

전북도는 전북특별자치도를 대표할 새로운 도시브랜드 선정을 위해 지난 7월부터 외부 교수와 디자인 회사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심사와 회의를 진행했으나 도시브랜드로 선정된 문장은 한 금융기관, 브랜드 슬로건은 국내 한 대학교 로고의 색과 모양 등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북특별자치도 도시브랜드 슬로건 제작 기간이 반년에 이르고 제작비만도 4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표절 논란이 일어 도민들의 세금 낭비와 업무 능력까지 도마 위에 오른 모양새다. 

전북도는 ‘브랜드 슬로건’으로 개발한 ’새로운 전북 특별한 기회’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창의 이미지를 통해 새 변화를 알리고, 특별한 기회를 통해 미래를 열어가는 전북의 긍지와 희망을 표현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모든 과정이 하루 만에 뒤집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전북도는 표절 시비가 일자 처음에는 변호사와 교수 등 자문 결과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미 사용 중인 상징물이라 해도 응용 개발하고 각각의 색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 차별성을 부여한 만큼 유사성과 동일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곧바로 태도를 바꿔 대중의 시선에서 볼 때 유사성이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슬로건 디자인을 변경했다. 브랜드 디자인은 누가 봐도 경기대 로고와 판박이다.

전북도는 새 브랜드 디자인을 발표했던 세로 형태에서 사각 프레임을 비스듬한 가로 형태로 변경하고 글자를 재배치하는 식으로 수정했는데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창문을 형상화한 디자인을 애매하게 변경해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렵고, 디자인이 조악하고 시대 흐름에 뒤처진다는 비난이 나온다. 

하루 만에 수정된 디자인이 제대로 될 리 없다. 특별자치도 출범까지는 여유가 있는데 졸속으로 변경해 부랴부랴 처리하는 데는 무언가 석연찮은 구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디자인의 유사성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북도는 전북의 역사를 간직한 ‘땅’과 새만금·호남평야의 ‘지평선’을 결합해 미래의 새 지평을 열어갈 글로벌 생명경제 도시로서의 전북특별자치도를 표현했다고 하지만 전라도 천년의 장구한 역사는 찾아볼 수 없고 '전북만의 매력'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기에는 크게 미흡하다는 평가다.

또 구체적으로 △전북의 전통 및 역사적 정체성은 빨강 △맛과 멋의 문화적 깊이는 노랑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첨단산업 전진기지로서의 위상은 파랑 △글로벌 생명경제 도시로 나아가는 지속가능한 비전은 녹색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는 전북특별자치도의 무궁한 잠재력은 진청색으로 구현했다지만 이 또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브랜드의 어원은 당초 유럽에서 소나 말과 같은 가축에 불로 달군 쇠로 낙인을 찍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바로 이 '낙인'의 효과가 국민의 머릿속에 새겨져 전북특별자치도의 가치를 높이고 신뢰성을 높여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브랜드는 국민이 인정하고 기억하는 가치, 다시 말해 좋은 브랜드는 국민에게 각인된 브랜드이고, 나쁜 브랜드는 국민이 언제 봤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로고와 슬로건이다. 이번 급조된 새 브랜드는 어느 편에 속할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북도가 홍보 활동을 둘러싸고 망신을 당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정 부서에서 터져 나온 결정적인 대형 실수가 몇 차례 달하는데 도는 매번 책임지는 사람 없이 ‘없던 일’이 되고 만다. 

지난 2월 공식 유튜브에 올린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 대회 홍보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지 한나절 만에 내려졌다. 영상은 ‘모태 솔로’인 중년 남성이 어린 조카에게 '여자를 만나려면 운동을 해라'는 조언을 듣고 대회에 참가해 열 살 차이 나는 소개팅 여성과 연애한다는 내용인데 저급하고 조잡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전북도는 ‘B급 감성’을 의도했다고 밝혔지만 누리꾼들은 ‘요즘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 ‘내용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면서 ‘영상이 국제대회 격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전북도는 진안군 마이산 야경을 배경으로 폴스포츠를 하는 소녀의 영상을 올렸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고 지난 8월에는 공식 SNS 홍보 게시물에 “우리 아이가 왕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퀴즈왕은 어떠신가요?”라고 적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잇따라 반복되는 사고는 단순 실수가 아니고 업무상의 시스템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잘못이 나오면 주먹구구식으로 삭제하고 수정해 위기만을 넘기자는 대응은 또 다른 실수를 가져올 수 있다. 160만 도민을 상대하는 행정이 이렇게 허술하다니 어이가 없고 업무 능력에 의구심이 인다.

전북도는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는 내년의 사자성어로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선정했다. 백년을 내다보고 도정을 설계하고 새로운 미래의 그림을 그리자는 것인데 가장 상징성이 큰 브랜드를 표절하고 또 급히 변경하고 ’즉흥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전북도는 내년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시대를 맞는 각오로 보다 신중하고 심사숙고하고 치밀하게 도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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