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30초 일찍 울린 종료벨…수험생들, 집단 소송 제기

기사승인 2023-12-19 1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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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30초 일찍 울린 종료벨…수험생들, 집단 소송 제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서울 경동고에서 시험 종료 알람이 일찍 울려 피해 본 수험생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한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경동고 학생들의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명진은 수능 타종 사고로 피해를 본 수험생 39명이 국가를 상대로 1인당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서울 성북구 경동고에서 치러진 수능 1교시 국어 시간 때 시험 종료 벨이 1분30초 일찍 울렸다. 타종을 맡은 교사 A씨가 시간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마우스를 잘못 건드린 것이 원인이다. 경동고는 수동 타종 시스템을 쓰고 있었다.

법무법인 명진은 타종 사고가 한 달 이상 지났지만 교육당국이 피해 학생에게 사과도, 타종 경위 설명도, 재발 방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과 학부모의 증언을 기초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A씨가 타종시간 확인용으로 교육부 지급 물품이 아닌 아이패드를 썼다고 주장했다. 명진 측은 A씨가 아이패드 화면이 중간에 꺼진 것을 다시 켜는 과정에서 시간을 잘못 보고 타종 실수를 한 것으로 보고있다.

학생들은 타종 사고로 시험을 망친 것을 의식하면서 시험을 봐야 했기 때문에 평소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생은 시험을 포기하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실수를 깨닫고 2교시가 종료된 후 다시 1교시 국어 시험지를 수험생에게 배부했다. 이후 수험생에게 1분 30초 동안 문제를 풀고 답을 기재할 시간을 줬다. 다만 답지 수정은 허락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시험지 배포와 회수 등까지 포함해 약 25분이 소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점심시간 50분 중 25분만 쉴 수 있어 다음 시험에도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일부 피해 학생들의 성적은 모의고사 때보다 낮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명진에 따르면, 한 학생은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73점을 받았지만 수능에서는 48점을 받았다. 다른 학생은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1등급을 받았는데 이번에 3등급으로 추락했다.

법무법인 명진 대표 김우석 변호사는 “3년 전에 타종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교육부는 타종 사고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배포하지 않았다”며 “향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하며 피해 학생들에게 적어도 1년 재수 비용은 배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12월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 시험장에서 수능 4교시 탐구영역의 제1 선택과목 시간에 종료 벨이 약 3분 일찍 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수험생과 학부모 등 25명은 돌발 상황으로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었다며 국가와 서울시를 상대로 1인당 8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 4월 2심에서 국가가 1인당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