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2부’ 류준열의 ‘최선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4-01-15 18: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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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2부’ 류준열의 ‘최선론’ [쿠키인터뷰]
배우 류준열. CJ ENM

2년 전 여름, 배우 류준열은 생각에 잠겼다. 그에게 갑작스레 날아온 부진한 성적표가 촉발시킨 고민이었다. 단순히 성과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작품을 마칠 때마다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던 그는, 막상 아쉬운 성적을 거두자 작품의 흥행 여부와 스스로의 노력 여하의 연관성을 두고 고뇌했단다. 류준열의 머릿속을 헤집은 주인공은 ‘외계+인 1부’. 그다음 이야기가 지난 10일 개봉한 ‘외계+인 2부’(감독 최동훈)다. 지난 4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무엇이 최선인지 여전히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외계+인’은 담아낼 이야기가 많아 분할 개봉을 택했다. 1, 2부를 한꺼번에 촬영하다 보니 꼬박 387일이 걸렸다. 마지막 편 개봉까지 걸린 시간은 약 4년. 애쓰고 공들인 1부가 아쉬운 성적을 거뒀을 때 류준열은 담담했다. “모든 결과가 항상 만족스러울 순 없다”는 마음가짐에 더해 “어떤 작품보다도 애정이 가는” 영화여서다.

‘외계+인’은 SF 세계관과 액션을 강조한 1부에 이어 2부에선 만남과 인연·운명 등 정서를 건든다. 그가 연기한 무륵이 그랬듯 류준열 역시 동료들에 의지하며 길고 긴 대장정을 마쳤다. “출연진 전원이 연결된 기분”에 고양감을 느낀 것도 여러 번. 배우들은 자신의 촬영일이 아닐 때도 너나 할 것 없이 현장에 나와 다른 이들을 독려했다. 긴 여정에서 만난 여러 순간은 그에게 새 자양분이 됐다. 김태리의 진중함과 김우빈의 뚜렷한 목표의식을 흠모하고, 오랜 기간 배우로 살아가는 선배들을 바라보며 존경심을 키웠다. 가장 우러러 본 건 이 같은 현장을 이끈 최동훈 감독이다. 그는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감독님 덕분에) 앞으로 배우생활을 더욱더 길게 해 나갈 힘을 얻었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류준열은 “먼 미래를 바라보는 감독님의 직관과 책임감을 보며 많은 걸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계+인 2부’ 류준열의 ‘최선론’ [쿠키인터뷰]
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CJ ENM

어느덧 데뷔 8년 차를 맞은 류준열. 그는 최근 연기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마라톤과 사진전이 대표적이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며 류준열은 “일상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진으로도 삶의 이치를 깨달았다. 그는 “지금 맞다고 느낀 생각도 나중에 돌아보면 다르고, 마음에 안 들던 것도 다시 보면 좋을 수 있다”며 “내 인생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렇더라”며 소탈하게 웃었다. 마라톤 역시 마찬가지다. 혼자이고 싶지 않을 때마다 택한 달리기는 어느새 그의 삶이 됐다. 새로운 자극은 또 다른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는 난제로 남아있던 최선의 실마리를 도전에서 찾았다. 목표나 결과가 아닌 이를 대하는 태도와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어떤 결과와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해요. 나는 과연 최선을 다했는가 하고요. 그러지 못한 경우가 100이면 100이에요. 그렇다면 최선을 다한다는 건 과연 무엇일까요? 어디까지가 최선이고, 무엇이 최선일까요? 죽을 힘을 다한다 해서 최선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제는 작품 성적과 최선을 연결 짓지 않기로 했어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배우로서 더 성장할 수 없는 지점일지도 몰라요. 앞으로는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촬영장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에서 최선을 찾아갈 거예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