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요구’로 충돌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틀 만에 갈등 봉합 수순에 접어들었다. 다만 화해 분위기가 연출된 장소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전날 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 수산물특화시장을 배경으로, ‘정치쇼’를 벌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3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아무리 윤석열-한동훈 브로맨스 화해쇼가 급했다지만,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된 서천특화시장과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을 어떻게 배경으로 삼을 생각을 하나”라며 “국민의 아픔은 윤석열-한동훈 정치쇼를 위한 무대와 소품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상인 대표자들만 만나고 대통령을 기다린 상인들을 만나지도 않고 떠났다고 한다”며 “추운 날씨와 거센 눈발에도 대통령을 기다린 피해 상인들을 만나 따뜻한 위로 한마디 건넬 시간이 없었나. 정말 매정한 대통령”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오늘의 동행은 갈등 봉합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한 비대위원장과의 갈등이 본격화된 지 이틀 만에 급하게 법무부 장관 후임자를 낙점한 건 법무부에서 한 위원장의 그림자를 지우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이 앞에서는 화해를 말하면서 뒤로는 한 위원장 지우기에 열심이라면 이 또한 양두구육”이라고 꼬집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서천시장을 방문해 화재 사고 피해 상인들을 만나기로 예정해 놓고, 한 비대위원장과 사진만 찍고 갔다고 절규하는 피해 상인들의 영상을 봤다”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화재 현장을 윤석열-한동훈 화해 현장으로 활용하러 가신 건가”라며 “정말 너무 화가 난다”고 질타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서천 화재 현장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어깨를 두드리면서도 정작 피해 상인들의 눈물을 외면한 대통령의 행보가 많은 해석을 부른다”며 “민생의 아픔마저도 정치쇼를 위한 무대 장치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그 의도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러니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도 ‘약속 대련’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백번양보해서, 경호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민생 현장이 아니라 용산 집무실에서 페이퍼 보고 제대로 받고 제대로 민심을 챙겨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