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무전공 확대 대신 가산점…“이과생 유리할 것”

기사승인 2024-01-31 06: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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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무전공 확대 대신 가산점…“이과생 유리할 것”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대학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올해 고3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무전공 선발을 늘리는 대학은 정부 재정 지원을 더 받게 됐다. 앞서 교육부는 일정 비율 신입생을 무전공으로 뽑아야 성과급(인센티브)을 주기로 했다가 철회했는데 이젠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해도 일정 비율 이상 무전공으로 선발하면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주요 대학들의 무전공 선발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에서 무전공 확대가 이과생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에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무전공 입학을 늘린 대학에 최대 10점의 가점을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무전공은 전공 구분 없이 1학년으로 입학한 뒤에 2학년 이후에 전공을 결정하는 입시형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025학년부터 무전공 신입생을 20~25% 선발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인기 전공 쏠림, 기초학문 고사 우려 등 대학들의 반발에 이를 가산점 형태로 바꿨다.

무전공 유형은 두 가지다. ‘유형 1’은 자유전공학부처럼 신입생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하는 방식. ‘유형2’는 계열·학부 등 광역 단위로 모집한 뒤 광역 단위 내 모든 전공을 택하거나 학과 정원의 150% 이상 범위에서 전공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전공 선택에 제약이 적은 유형 1을 선택하면 더 높은 가산점을 받는다. 각 대학은 인센티브 평가에서 최고 S(95점 이상)에서 A(90점 이상~95점 미만), B(80점 이상~90점 미만), C(80점 미만) 등급을 부여받는다. 무전공 선발로 최고 가산점 10점을 받으면 한 두 등급이 오르게 되는 셈이다. 평균 인센티브 금액에 가중치를 반영하면 가중치 60%인 S등급을 받은 대학은 60억여원을 받는다. A등급(30%)과는 12억원, C등급(-30%)과는 33억원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재정 여건이 여의찮은 대학들에 놓치기 힘든 차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10~22일 190개교 회원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대학 중 절반가량인 61개교(45.2%)가 이미 무전공 관련 입학을 시행하고 있다. 또 제도를 더 확대할 예정인 대학도 47개교(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전공 선발 인원이 확대되면 입시에서는 이과생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2학년도부터 시행된 문·이과 통합수능은 공통과목 성적에 따라 표준점수가 조정되는데, 이과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선택과목 응시생의 점수가 상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앞선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문·자연 통합 선발이 얼마 늘어날지가 핵심”이라며 “인문·자연을 통합 선발하는 자율전공학부(무전공)는 주목받을 가능성이 커 합격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통합수능에서 수험생들의 표준점수를 줄 세웠을 때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수학 점수가 계속 높게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합수능에서 무전공을 확대하면 이과생(합격)이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율전공학부가 얼마나 늘어날지, 그룹핑 학과가 어떻게 형성될지에 따라 전 학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2025학년도엔 ‘의대 입시’보다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수험생 입장에서도 입시 예측 가능성, 합격 가능성 예측 등 모든 것이 초기화되는 것으로, 이전까지 입시 결과 데이터가 완전히 뭉개질 수 있다”고 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대에서 받은 입시 결과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2022학년도 정시 최초 합격자의 94.6%가 수능 이과생이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