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의·정 관계…의대 규모 발표 임박에 전운 고조

6일 제2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개최
논의 자리에 앉지도 않은 의협 “정부 독선적인 행태 규탄”
복지부, 의협에 강한 유감 “국민 납득할 수 없을 것”

기사승인 2024-02-06 11: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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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치닫는 의·정 관계…의대 규모 발표 임박에 전운 고조
6일 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열린 제2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양동호 대한의사협회 협상단장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사진=신대현 기자

정부와 의료계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의과대학 증원 규모 발표가 임박하면서 양측 간 전운이 고조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6일 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제2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고 의대 증원에 관한 극명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등을 돌렸다. 이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비공개 회의를 통해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복지부 산하 보정심은 보건의료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하는 기구다.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이날 협의체 회의 자리에도 앉지 않고 입장문만 읽고 자리를 떴다. 양 단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 통보를 독단 정책의 극치로 단정하고 이러한 정부의 독선적인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의료계의 제안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의대 정원 수치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정책으로 우리나라의 필수의료 소멸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며 “지금이라도 무책임한 의대 정원 정책의 무리한 추진을 당장 멈추고,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의대 정원 정책을 하루빨리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 14만 의사와 의대생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단체행동도 시사했다. 의협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 발표 시 집행부 총사퇴와 즉각적인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협은 지난 5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체 회의와 보정심이 열린다는 소식도 급작스럽게 전해 들었다며 정부를 향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양 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가진 백브리핑을 통해 “구정 전에 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는데 어제(5일) 복지부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얼마 전에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도 의료계와 수차례 협의했던 사항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아서 강력하게 항의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오늘 회의에 참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복지부가 의협의 요구사항에 응한다면 언제든지 협의체에서 회의를 이어나가겠단 방침이다. 양 단장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의협과 합의되지 않은 5가지 사항에 대해 복지부가 양해를 구하고 정정한다면 복지부와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있다”고 전했다.

파국 치닫는 의·정 관계…의대 규모 발표 임박에 전운 고조
6일 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열린 제2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보건복지부 협상단이 대한의사협회 협상단 측의 입장을 듣고 있다. 사진=신대현 기자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진실된 논의를 하자면서 논의 석상에 앉지도 않은 의협의 행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대 정원 확대의 전제조건인 수가 인상이라든지 의료사고 부담 완화, 그리고 근무 여건 개선 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협에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지난달 15일까지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며 일방적 정책 추진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정 정책관은 “공식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의견 반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의사단체와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인 추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발표할 의대 증원 규모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 1500명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 양성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초기에 2000명 이상을 선발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 규모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현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2006년 이후 19년째 동결된 상태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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