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 죽자 킬러들이 들이닥쳤다…입소문 탄 이 작품

기사승인 2024-02-08 15: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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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 죽자 킬러들이 들이닥쳤다…입소문 탄 이 작품
‘킬러들의 쇼핑몰’ 속 배우 김혜준(왼쪽)과 이동욱.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부모 노릇을 대신하던 삼촌이 목숨을 끊었다. 스무 살 지안(김혜준)은 혈혈단신이다. 그런데 삼촌이 죽은 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름도 가물가물한 초등학교 동창이 나타나 호의를 베풀고, 자신을 삼촌 친구라고 소개한 중국인 여성이 끈질기게 집에 들어오려 한다. 7일 최종화가 공개된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은 삼촌의 죽음 후 난데없이 목숨이 노려진 정지안(김혜준)의 생존기를 다룬다. 지난달 첫 화 공개 이후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이달 초 한국 등 아시아 5개국에서 디즈니+ 인기 드라마 톱10위에 들었다(플릭스 패트롤).

총·드론·로봇 동원한 ‘킬러 액션’

OCN 드라마 ‘구해줘2’와 영화 ‘도어락’ 등을 연출한 이권 감독은 동명 소설에 반해 이야기를 드라마로 옮겼다. 온라인에서 무기를 팔던 삼촌이 죽은 후 어린 조카가 킬러들의 위협에 맞선다는 뼈대에 이성조(서현우) 등 악당들 분량을 늘렸다. 7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킬러 전문가’가 된 듯했다. 그는 “킬러로 고용된 용병들을 있을 법한 이야기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드론, 사족보행 로봇 등 드라마에 등장한 최신식 무기도 실제 군에서 쓰는 무기를 토대로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S급 킬러 소민혜(금해나)가 혼자 10여명과 싸우는 장면을 찍을 땐 “말이 되게 만들자”며 액션을 여러 번 고쳤다고 한다. “민혜가 싸울 때 옆 사람은 총 안 쏘고 뭐 해요?” 같은 질문을 파고든 결과다.

삼촌이 죽자 킬러들이 들이닥쳤다…입소문 탄 이 작품
‘킬러들의 쇼핑몰’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렇게 완성한 드라마는 시작부터 피비린내를 풍긴다. 단독주택에 고립된 지안은 멀리서 날아오는 총알에 정신이 혼미하다. 눈앞엔 초등학교 동창 배정민(박지빈)이 뻗어 있다. 한쪽 구석에선 적군인지 아군인지 모를 민혜가 피를 흘리고 있다. 최신 무기로 무장한 용병들도 지안의 집에 접근하는 중이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작품은 지안의 처지를 설명하는 대신 죽은 진만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잘 들어, 정지안.” 지안은 생전 진만이 가르쳐줬던 생존법을 떠올리며 위기를 헤쳐 나간다. 무심해 보여도 조카를 깊이 사랑하는 진만은 배우 이동욱의 ‘츤데레’ 면모와 시너지가 좋다. 진만의 “잘 들어, 정지안”을 엮은 영상은 X(옛 트위터)에서 2만번 가까이 시청됐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지안의 성장 드라마”

넷플릭스 ‘킹덤’, JTBC ‘구경이’ 등 장르물에서 주로 활약했던 배우 김혜준은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지안을 맡아 고강도 액션을 소화한다. 이를 위해 4개월간 액션스쿨에 다니며 몸을 단련하고, 파신 역의 배우 김민과 무에타이 도장도 다녔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 만난 김혜준은 “지안은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가진 아이”라고 봤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은 지안은 대체로 무표정하고 감정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위기에 몰릴수록 악바리가 된다. 머리에 총구가 닿았는데도 상대에게 반격하는 대담함도 뒀다. 김혜준은 정민과 대립하는 이 장면을 찍으며 자신에게 놀랐다고 한다. “목에서 피를 토하는 느낌이었어요. ‘이거 찍고 죽는다’는 각오로 찍었죠.” 그는 “지안이가 각성해 위기를 헤쳐 나가는 순간 시청자가 시원하게 느끼며 용기를 얻길 바랐다”고 했다.

삼촌이 죽자 킬러들이 들이닥쳤다…입소문 탄 이 작품
이권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작품은 액션물이란 외피를 둘렀지만 “지안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고 이 감독은 말했다. 고립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위험에 처한 지안이 수많은 선택을 내리고 그에 책임을 지며 성장한다는 의미다. 어린 여성(지안)와 이주민(민혜) 등 비주류들이 자신을 무시하던 건장한 남성들에게 반격하는 전개는 통쾌함을 준다. “현실에서 여자가 남자를 힘으로 이기기 어렵고 이길 수 있는 그라운드 자체가 없다 보니 허구에서라도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씨네21)는 원작소설 강지영 작가의 바람도 읽힌다. 드라마는 결말에서 반전을 선사한다. 후속 시즌을 기대해볼 만한 마무리다. 마침 원작도 드라마로 제작되지 않은 2권이 남아 있다. 이 감독은 “시즌2를 계획하곤 있으나 (제작사와 합의하지 않은) 나만의 계획”이라며 웃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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