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포’ 1장 100만원…K팝 포토카드의 세계

희귀 K팝 포토카드 ‘부르는 게 값’
“지나친 상술에 K팝 팬들은 불만”

기사승인 2024-02-12 1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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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포’ 1장 100만원…K팝 포토카드의 세계
포토카드 중고거래 플랫폼 ‘포카마켓’에서 판되는 포토카드들. 포카마켓 캡처

‘앨포’ ‘미공포’ ‘스캔포카’…. 비밀 암호가 아니다. K팝 팬이라면 익숙할 포토카드를 줄인 말이다. ‘앨포’와 ‘미공포’는 각각 ‘앨범포카’ ‘미공개 포토카드’를 가리킨다. 음반에 포함된 ‘앨포’와 달리, ‘미공포’는 특정 음반 판매처에서 제한된 시기에만 살 수 있다. ‘스캔포카’는 글자 그대로 ‘스캔한 포토카드’를 말한다. 온라인에서 다운로드한 그림 파일을 스캐너로 인쇄해 만든다. 포토카드를 향한 K팝 팬들의 수집 욕구가 높아지면서 중고시장도 덩달아 뜨거워졌다. 인기 있는 포토카드는 장당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릴 정도다. 중고거래를 중계하는 플랫폼도 생겼다.

수백만원 ‘공방포카’…활동 전에 가격 하락

포토카드를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음반을 사면 따라오는 포토카드 말고도 음악방송 공개녹화나 팬사인회 등 행사에 출석하면 주는 포토카드, 스타가 광고하는 브랜드와 컬레버레이션한 포토카드 등도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통상 ‘앨포’는 1000원~3000원에 팔린다. ‘미공포’와 ‘공방포카’는 더 비싸다. 그룹 스트레이 키즈 팬인 김모씨(34)는 “어떤 그룹의 ‘공방포카’는 500만원까지도 올랐었다”며 “공개방송은 참석 인원이 적어 ‘공방포카’가 희귀하다. 공개방송에 일정 횟수 이상 참석해야 받을 수 있는 특별포카는 더 비싼 편”이라고 귀띔했다. 인기 가수의 신인 시절 포토카드도 쉽게 구할 수 없어 “아무리 싸게 팔려도 100만원은 훌쩍 넘을 정도”라고 한다.

포토카드 수집 욕구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8일 포토카드 팝업스토어가 열린 서울 서교동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프랑스 출신 자넷(26)은 “셀 수 없이 많은 포토카드를 모았다”며 “몇몇 ‘공방포카’는 200달러(약27만원) 정도를 주고 샀다”고 했다.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팬인 시드니(28·프랑스)도 “팝업스토어에서 40달러(약 5만원)짜리 포토카드를 샀다. 사전 구매 특전으로 나온 카드라 값이 비쌌다”고 설명했다. 같은 포토카드라도 언제 파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김씨는 “포토카드는 시기에 따라 가격이 주식처럼 요동친다”고 했다. 가수가 새 음반을 내고 활동하기 직전이나 직후엔 포토카드 가격이 내려간다. 콘서트와 음반 구매 등에 필요한 ‘총알’(자금)을 모으는 팬들이 많아 포토카드가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김씨는 귀띔했다.

‘미공포’ 1장 100만원…K팝 포토카드의 세계
서울 서교동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포토카드 팝업스토어. 사진=이은호 기자

‘포카’ 얻으려 음반 수십장 구매 “지나친 상술” 지적도

곁다리 개념으로 처음 만들어진 포토카드는 이제 K팝 기념상품의 한 갈래로 자리 잡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K팝 음반을 구매해본 389명 중 절반 이상(52.7%)이 포토카드 등 굿즈를 모으려는 목적이었다고 답했다. K팝 음반 패키지에 포함된 포토카드는 소비자가 직접 보고 살 수 없다. 포토카드가 무작위로 들어가서다. 음반 한 장에 들어가는 포토카드 종류가 78종에 이르는 사례도 있었다. 이 경우 소비자는 원하는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음반을 여러 장 산다. 일각에선 포토카드 등 랜덤 굿즈 마케팅이 소비자기본법 제4조(물품 및 용역을 선택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받을 권리)에 어긋나고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대형 K팝 기획사가 포토카드를 음반에 끼워팔아 불공정거래를 했는지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이후 조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씨는 “여러 판매처에 ‘미공포’를 제공해 모아야 할 ‘포카’를 늘리는 등 기획사의 지나친 상술에 대한 K팝 팬들의 불만이 큰 상태”라고 꼬집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랜덤 굿즈는 기획사의 마케팅 방식 중 하나라 법에 저촉된다고 보기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굿즈 수집을 위해 불필요한 CD를 다량 구매 후 폐기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굿즈 별도 판매 같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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