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 임박…“뇌졸중 치료시스템 구축 시급”

대한뇌졸중학회, 복지부 ‘필수의료 패키지’ 보완점 제시
전문의 1명당 환자 400명 이상 진료…급성 치료 한계
“전공의 증원 이어 수가 및 질병분류 개선 이뤄져야”

기사승인 2024-02-14 15: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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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 임박…“뇌졸중 치료시스템 구축 시급”
14일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전공의·전문의 충원에 이어 정책 수가 및 질병 분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박선혜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이 임박한 가운데, 중증응급질환인 뇌졸중의 치료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공의 등 의료진의 인력 충원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14일 대한뇌졸중학회는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초고령화 사회, 뇌졸중 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발전 방안’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전공의·전문의 충원, 정책 수가 개선, 질병 분류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국은 2024년 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성 질환인 뇌졸중 환자가 매년 35만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턱없이 부족한 전문의 인력 문제로 인해 뇌졸중 치료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짚었다. 

학회가 공개한 ‘2022 심뇌혈관 중앙지원단 중진료권 분석’에 따르면, 전국 70개 중진료권 중 33개 진료권(47.1%)에서만 병원 내 체계적 뇌졸중 치료가 가능했다. 또 36개 중진료권(51.4%)은 1년 치명률이 평균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1년 이내 뇌졸중으로 사망한 환자의 비율이 평균 이상으로 높은 지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각각 의료기관, 전문의 간 소통과 의사 결정을 활성화하는 네트워크 구축지원 사업 ‘심뇌혈관질환 문제해결형 진료협력 네트워크 건강보험 시범사업’과 지역필수의료를 보강하는 ‘필수의료 패키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인력 문제 해결 없이 관련 제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학회에 따르면 연간 뇌졸중 환자 수에 비해 의료진의 수는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과 수련병원 뇌졸중 전문의는 209명으로, 각 권역센터 전문의 1명당 400~50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구조다. 

김 홍보이사는 “올해 권역센터 뇌졸중 신입 전임의는 전국구 1개 센터에 2명이 배치된 것이 전부다. 추가 인력을 보충하려고 해도 지원자가 없다”며 “2050년 뇌졸중 환자가 35만명으로 증가할 것을 감안하면 현 인력으론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차재관 대한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장(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수련병원 74곳의 전공의가 86명이다. 각 연차 당 최소 2명, 즉 현재의 2배 수준인 160명으로 증원해야 안정적으로 중증응급의료체계를 갖출 수 있다”며 “정부가 원하는 전문의 중심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신경과 전공의에 대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초고령사회 진입 임박…“뇌졸중 치료시스템 구축 시급”
대한뇌졸중학회가 자체 실시한 인턴 대상 인터뷰 결과. 인턴 과정에 있는 의대생들 사이에서 전공의 수가 부족한 신경과를 ‘기피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전문가들은 특히 전공의 확대를 위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최근 학회가 시행한 인터뷰 결과를 보면, 인턴 과정에 있는 의대생들 사이에서 전공의 수가 부족한 신경과를 ‘기피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차 위원장은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신경과 의사들이 받는 보상은 매우 부족하다”면서 “뇌졸중은 신경과 전공의 1인당 응급진료 건수 1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가나 휴식이 보장되지 않고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신경과 당직을 어떤 전공의가 하려고 하겠나”라며 “최소한의 보상 체계와 정책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전공의 확대 방향으로 의대 증원이 논의되고 있지만 무조건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필수의료 전공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공의를 필수의료로 어떻게 모이게 할 건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배 이사장은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정확한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환경적, 제도적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뇌졸중 분류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뇌졸중 환자 중 시술, 수술을 받은 일부만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는 골든타임 안에 치료를 받아야 하며, 이는 상급종합병원이어야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은 지정 기준 상 전문진료질병군 환자를 30% 이상 진료해야 하는데, 이는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는 뇌졸중 환자를 기피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정책이사는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해 상급종합병원이 급성 뇌졸중 환자 치료에 소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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