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떠난 전공의들 “의료정책 전면 백지화” 주장만

대전협 비대위 성명 내고 ‘업무개시명령’ 철회 요구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법적 부담 완화책 수립 주장
커지는 환자 불편…피해 상담 사례 총 34건

기사승인 2024-02-21 01: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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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장 떠난 전공의들 “의료정책 전면 백지화” 주장만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긴급 임시 대의원 총회에 참석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약 5시간의 대책회의 끝에 내린 결론은 정부 의료정책의 전면 백지화였다. 환자에게 구하는 양해나 사과는 없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대전협 비대위)는 20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날 대전협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긴급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었다.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들과 참관을 신청한 전공의 등 100여명이 참가한 회의는 정오에 시작해 오후 5시쯤 종료됐다.

대전협 비대위는 “정부는 2000명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숫자를 발표했다.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으나 근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며 “합리적인 의사 수 추계를 위해 과학적인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지만, 정부는 정치적 표심을 위해 급진적인 의대 정원 정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한들 저수가와 의료 소송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고도 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병원 구조는 과연 바람직한가”라며 “이를 지금까지 방조했던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 정부의 행정명령은 횡포라고 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은 더 이상 정부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씩 사직을 결정했다”며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의사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이와 같은 초법적, 비민주적 조치가 취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와 증원과 감원 논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책 수립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행정명령 철회와 전공의들에 대한 정식 사과 △의료법 제59조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노동기구국제노동기구(ILO) 강제노동 금지 조항 준수 등을 요구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우리는 오로지 총선 승리만을 위한 의료 정책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며 “정부가 조속히 지금의 정책을 재고하고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을 비롯해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전공의 82명은 “내일은 환자들의 곁을 지킬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지만 집단사직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피해를 입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는 어떤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사과도 없었다.

전공의 파업에 따른 의료공백과 환자 피해는 앞으로 더 커질 조짐이다. 지난 19일부터 운영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 사례는 총 34건이었다. 세부적으로 수술 취소 25건, 진료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 등이 있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신고 사례 중에는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휴직까지 했으나 입원이 지연된 경우도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전공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도,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가주길 바란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뜻을 표현하기 위해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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