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출신 교수 ‘꼴찌’ 서울시립대...“서울대 출신은 60~70%”

학교 곳곳 불협화음...채용 짬짬이 논란에 학생 등 구성원 사기저하
김현기 시의장, 대학 경쟁력 등 비판 “타 대학 진학 위해 자퇴하는 곳”

기사승인 2024-02-22 14: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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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출신 교수 ‘꼴찌’ 서울시립대...“서울대 출신은 60~70%”
서울시립대 전경.

서울시 직속 기관 중 한 곳인 서울시립대의 모교출신 교수 비율이 국공립대 중 꼴찌인 것으로 확인됐다. 모교출신이 채우지 못한 빈자리 대부분은 서울대학교 출신들이 장악했다. 시립대 출신이 모교에서 소외되는 괴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립대는 서울시가 인재 육성을 위해 운영하는 공립 종합대학으로, 학교 운영관리에 관한 사항에 대해 서울시장의 지휘 및 감독을 받는다.

22일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공받은 ‘모교출신 (전임)교수 현항’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립대는 모교출신 교수 비율이 9.8%로 조사한 11개 국공립 가운데 최하위다.  

세부적으로 보면 서울대가 75.6%로 가장 높았고, 경북대 40.7% 순이다. 이어 전북대(38.2%), 전남대(37.5%), 부산대(37.2%)가 평균(38.2%) 수준을 보였다. 충남대(30.3%), 충북대(21.4%), 경상국립대(21.3%), 강원대(17.4%), 제주대(16.6%)는 모교 출신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조사한 11개 국공립 대학 가운데 두자리수 비율을 넘기지 못한 곳은 서울시립대가 유일했다.

모교출신 교수 ‘꼴찌’ 서울시립대...“서울대 출신은 60~70%”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모교출신 교수 비율은 많아도 적어도 문제다. 서울대처럼 지나치게 많을 경우 순혈주의로 인해 타교 출신이 소외되고 채용과 승진 등 인사에서 폐쇄적인 모습을 보인다. 또한 선후배 관계로 엮어 있어 의사 전달 및 결정 체계가 수평적이기 보다는 위계적인 부분이 많다. 이로 인해 다양한 의견제시나 비판이 어렵고, 연구비 횡령 등 잘못이 발생해도 덮어주는 경향이 있다.

반면 모교출신 교수가 너무 적으면 학생 등 구성원의 사기와 동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모교에서 학사를 마치고 석·박사 과정을 밟더라도 교수로 임용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이는 우수한 인재의 외부 유출이 잦은 이유기도 하다. 교수나 연구직으로 원한다면 서울대 등 상위대학으로 옮기는 것이 학생들에겐 더 유리한 구조다. 이와 함께 타교 출신 교수들은 주인의식이 부족해 학교 발전에 적극적이지 않고 큰 일이 생기면 모르는 척 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시립대는 두 가지 모두 해당한다. 교수 임용에 있어서 모교 출신보다 서울대 등 특정대학 출신이 더 선호되고 있다. 실제 시립대의 서울대 출신 비율은 60~70%에 달한다. 국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서울대 출신들이 많지만 연구 성과 등 대학 경쟁력은 떨어지는 추세다. 실제 서울시의회에서 지난해 공개한 세계 대학 랭킹(QSWUR 2022)을 보면 서울시립대는 2012년 500위권에서 2022년 800위권으로 10년 동안 약 300위 하락했다.

또한 타 대학 진학을 위해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 김현기 의장은 “시립대 자퇴생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체 재학생의 3% 수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85% 이상이 타 대학 진학을 위해 자퇴하는 실태”라고 비판한 바 있다. 

최근에는 A학과 교수 채용을 두고 잡음이 일기도 했다. 동문들을 중심으로 임용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립대학교 동문회는 성명서를 통해 “신임교원 채용의 비상식적인 공모기준과 절차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교수 채용의 이유와 과정, 그리고 회의 과정을 상세하게 밝힐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서울시립대 김혁 대외협력부총장은 “학교 차원에서는 모교출신 교수들이 많이 오면 좋다. 그런데 교수를 채용한 것이 대학 본부가 아닌 학과 위주로 돌아간다. 개별 학과에서 공개 경쟁을 통해 우수하신 교수를 선정한다고 들었다. 덜 훌륭한 사람을 뽑으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고, 개별 학과에서 자기들만의 기준이라는 게 있다고 하니까 (대학차원에서) 관여하기는 좀 힘들다”고 밝혔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