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지능 청년, 맞춤형 일자리로 자립 지원해야”

기사승인 2024-02-26 14: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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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지능 청년, 맞춤형 일자리로 자립 지원해야”
쿠키뉴스 자료사진

평균 지능에 못 미치는 경계선 지능 청년들이 취업 준비와 직무 수행 단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계성 지능 청년들과 부모, 관계 기관은 현장 목소리를 듣고 대안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재단법인 청년재단은 지난 23일 서울 동대문구 휘카페에서 경계성 지능 청년의 맞춤형 일자리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26일 밝혔다.

‘느린 학습자’로 불리는 경계선 지능인은 일반적으로 지능지수가 70~84 사이인 사람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6월29일 발표한 ‘경계선 지능인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인구 중 경계선 지능인이 정확하게 몇 명인지에 대한 국가통계는 없지만 지능지수 정규분포도에 따라 전체 인구의 약 13.6%가 경계선 지능으로 추정된다.

지적장애 지능지수는 69 이하이지만 지능지수가 1이라고 높으면 지적장애 판정을 받지 못한다. 특히 경계선 지능인은 대개 유년기에 발달 지연이 두드러지지 않아 알아채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성인기에 접어들면 구직이 어렵고 직장을 다니더라도 부적응으로 인해 지속적인 근로가 힘들어 자립이 쉽지 않다.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와 비장애 경계에 놓여 있어 종합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멈춰 있는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계선 지능 청년 당사자 및 부모, 청년재단과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밈센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휘카페, 사단법인 별의친구들 등 지원조직 관계자가 참석했다. 행사가 진행된 서울시립대학교 내 ‘휘카페’는 경계선 지능 청년들에게 바리스타 일자리를 통해 사회적 자립 기회를 제공하는 커피 전문 매장이다. 경계선 기능 청년 부모가 운영하고 있다.

“경계선 지능 청년, 맞춤형 일자리로 자립 지원해야”
재단법인 청년재단은 지난 23일 서울 동대문구 휘카페에서 경계성 지능 청년의 맞춤형 일자리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청년재단

경계선 지능 청년들은 취업 준비부터 취업 후 직무 수행 과정에서 많은 고충을 겪고 있었다. 적절한 일자리 지원제도는 부재했고,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낮은 사회의 이해도는 청년들을 사각지대로 내몰았다. 휘카페에서 근무 중인 청년 A씨는 “과거 서비스직으로 근무했을 때 업무속도가 느리고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상사에게 혼이 많이 났다”며 “길게 일할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물류·유통 관련 일용직으로 주로 근무한 청년 B씨는 잦은 실수로 인해 물류센터 다른 직원들과 마찰이 생겼고 여러 차례 강제 이전 근무를 경험해야 했다. 밈센터에서 데이터라벨링(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가공작업) 직업교육을 수료한 C씨는 “데이터라벨 분야에서 일하고 싶지만 회사는 인건비가 낮은 해외인력을 선호해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권소현 밈센터 자립지원팀장은 “경계선 지능인의 경우 조기 발견이 어렵고 당사자의 자기주도성 정도나 부모의 인지, 성향 등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갖게 된다”며 “현재 지원정책 및 제도의 부제로 인해 단편·반복적인 공급자 중심의 직업교육에 그치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경계선 지능 청년의 미래 불안감은 컸다. A씨는 “회사에서 실수할 때마다 부모님께 실망감을 안기는 것 같아 자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계선 지능 청년들을 이해하는 사회,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계선 지능 청년 부모인 D씨는 “가장 바라는 점은 자녀가 번듯하진 않더라도 자녀를 필요로 하는 직장에서 자신감을 갖고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경제생활을 통해 자립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권오진 휘카페 대표는 “교육기관과 청년당사자를 채용하는 고용주 간 연계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자립지원 모델이 개발되기를 바란다”며 경계선 지능 청년이 취업 후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잡코치나 직무지도원 평태의 지원을 요구했다.

박주희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경계선 지능 청년 바립을 지원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3월부터 추진할 계획”이라며 “경계선 지능 청년 당사자에 대한 직업기초능력 함양 및 직무실습 지원을 위한 당사자 및 부모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과 정책지원 촉구 등 경계선 지능 청년 지원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 이후 청년재단과 서울시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은‘경계선 지능 청년 일 역량 강화 훈련 및 일경험 시범사업’ 진행을 위한 3자간 업무협약(MOU)를 진행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