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화려해지는 서울 야경...오세훈표 ‘야간 관광’ 과제는

기사승인 2024-02-27 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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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화려해지는 서울 야경...오세훈표 ‘야간 관광’ 과제는
낙산구간 야경. 사진=곽경근 대기자

# 지난 22일 홍콩의 밤을 조명과 음악으로 장식하는 레이저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 시작을 30여분 앞둔 오후 7시30분 스타의 거리, 해변 산책로 등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10여분간 이어지는 쇼를 밤바다에서 볼 수 있는 유명 보트 이용료는 성인 기준 1인당 5만원이 넘지만,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인기다. 쇼가 시작되자 관광객들 사이에서 탄성과 함께 “야경 보러 홍콩 왔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레이저쇼가 끝나도 불야성을 이룬 홍콩의 밤은 끝나지 않았다. 야시장을 비롯해 클럽과 바가 즐비한 란콰이퐁 등에서 관광객들은 홍콩의 밤을 즐기며 지갑을 열었다.

한강에 달이?…야간 관광 키우는 서울

서울의 불빛도 화려해지고 있다. 최근 야간 관광이 체류형 관광의 효자 아이템으로 주목받으며 야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도 다양한 야간 콘텐츠를 발굴하며 밤손님 모시기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관광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1인당 지출액 300만 원, 체류일 7일, 재방문율 70%를 목표로 하는 ‘3·3·7·7 서울관광 미래비전’을 발표하면서 야간 관광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시는 새 관광상품으로 오는 6월 서울 여의도 상공에 보름달 모양의 열기구 ‘서울의 달’을 띄울 계획이다. 한강교량과 청계천에 야경과 일몰 명소를 조성하고 ‘한강 드론라이트 쇼’를 상설 개최하는 등 야간 관광 코스·프로그램도 확충할 계획이다. ‘궁케팅(궁궐+티켓팅)’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예약 경쟁이 치열한 고궁 야간 개방도 오는 4월부터 확대키로 했다.

그간 시는 야간 관광에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남산서울타워·서울스카이·DDP·성북동 성곽길 등 인공 및 자연경관을 이용한 명소와 서울스카이 브릿지·한강 달빛야시장·한강 유람선 아라호 등 야간 관광 체험, 서울세계불꽃축제·서울 빛초롱축제·레인보우 라이팅쇼 등 비상설 행사를 진행해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더 화려해지는 서울 야경...오세훈표 ‘야간 관광’ 과제는
홍콩 심포니 오브 라이트. 사진=임지혜 기자

지갑 열게 하는 밤 관광으로 체류시간↑


이는 야간 관광이 벌어들이는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대도시들은 관광 활성화의 핵심을 야간경제에서 찾고 있다. 호주 비비드 시드니, 싱가포르 레이저쇼, 홍콩 심포니 오브 라이트 등은 각 도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쿨한 야간관광도시 서울 : 내·외국인의 인식 비교 연구’에 따르면 호주 비비드 축제 기간(5~6월) 방문객만 230만명으로 경제적 효과는 1억1000만달러(약 925억원)로 추산된다. 이 기간 관광객은 11배 이상, 경제적 효과는 18배 이상이다.

특히 야간 관광 특성상 외지 관광객의 여행이 최소 1박2일 이상의 ‘체류 관광’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야간 관광·체류 관광은 식음, 쇼핑, 숙박 등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소비 지출 촉진 효과가 당일 관광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여행 지출액은 코로나19 이후 크게 줄었다가 조금씩 회복하는 단계지만, 경기 불안이 겹쳐 여행 소비액 회복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여행조사 3분기 결과(잠정치)’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3만4000원이었던 1인당 평균 국내여행 지출액은 2020년 10만9000원, 2021년 10만7000원까지 줄었다가 2022년 반등해 지난해 3분기 13만7000원까지 복구했다.

정란수 한양대 교수(관광학과)는 “호주나 싱가포르 사례는 비수기 때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야간 콘텐츠는 비수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지자체들이) 여행객의 소비를 늘리는 방법은 체류하면서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며 “특히 밤 콘텐츠를 만들면 몰입감을 높여 관광객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과거에 야간 축제가 많았다면 이제는 (밤손님을 위한) 킬러 콘텐츠를 많이 운영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더 화려해지는 서울 야경...오세훈표 ‘야간 관광’ 과제는
창덕궁 후원 안에 있는 부용지에 비친 주합루의 모습. 창덕궁 후원 야경은 달빛기행에서만 공개된다.  사진=유민지 기자

야간 관광 활성화, 지자체·민간 머리 맞대야


다만 전문가들은 민관이 함께 야간 관광 콘텐츠를 활발히 구성하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지방은 야간 관광 활성화를 위해 문체부 등이 야간 관광 특화도시를 선정해 지역에서 부족한 부분을 공공재원으로 투입한다. 재원이 투입된 이후에는 민간이 만들어가야 하는데 지역은 이러한 인프라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반면 민간 플레이어가 매우 많은 서울은 시 주도로 콘텐츠가 진행된다. 민간을 육성하고 이들이 주체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지도록 지자체와 민간의 협업이 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 연구진도 보고서를 통해 “서울 야간 관광 발전 전담 조직을 설립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신속히 대응하고 서울 야간관광 영역 확대 및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간 관광에 대한 기대는 크다. 정 교수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밤에도 치안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국가다. 밤에 안전하게 밖을 돌아다닐 수 있는 국가는 몇 되지 않으며, 미디어아트 등 IT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야근 등으로 저녁에 활동하는 이들이 많아 앞으로 야간 관광이 활성화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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