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지는 세대간 자산격차…청년은 “결혼 하고 싶어도 포기”

청년-중장년층 순자산 격차 3년간 45%↑
부동산 가격이 격차 벌려
한은, 저출산 원인 ‘경쟁 압력·고용·주거·양육 불안’ 꼽아
“이대로면 2050년대 경제성장률 0% 그칠 것”

기사승인 2024-03-14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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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지는 세대간 자산격차…청년은 “결혼 하고 싶어도 포기”
쿠키뉴스 자료사진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청년 10명 중 9명은 한국 사회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 대한 비관적 인식은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 순자산 격차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커지고 있다. 39세 이하 청년층과 40세 이상 중장년층의 순자산 보유액 차이는 2019년 1억 6000만원에서 지난해 2억 3000만원으로 커졌다. 격차가 3년 만에 45%가 확대된 셈이다. 청년층 순자산은 이 기간 2억 2000만원에서 2억 6000만원으로, 중장년층은 3억 8000만원에서 4억 9000만원으로 늘었다.

자산격차 확대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이후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이다. 주택 매매 및 임대 가격이 상승하면서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중장년층은 자산이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누렸다. 반면 주택 보유 비율이 낮고, 임차 비율이 높은 청년층은 보증금 상당 부분을 금융회사에서 빌렸기 때문에 부채가 커졌다.

실제로 중장년층 부동산 자산은 지난 2022년 4억4000만원으로 2019년보다 1억1500만원이 늘었다. 반면 청년층의 부동산 자산은 2억1900만원으로 4200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동안 청년층이 보유한 부채 중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4%에서 30.0%로 상승했다.

청년이 느끼는 자산형성 어려움과 그에 따른 불안은 저출산을 초래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한국 사회의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미만) 원인을 청년층이 느끼는 높은 경쟁 압력과 그에 따른 고용·주거·양육 측면의 불안 2가지로 꼽았다.

한은 경제연구원에서 전국 25~39세 미혼자 및 무자녀인 기혼자 총 2000명을 대상으로 미혼 사유, 무자녀인 사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결혼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취업, 생활안정, 집마련 문제 등)”, “양육비용이 부담되어서” 등 어려운 고용·주거·양육 여건을 1순위로 꼽았다. 응답자의 84.9%는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봤다. 절반을 넘는 67.8%는 개인 노력에 의한 계층 이동 가능성이 적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의 소득(세후 총 연간 근로소득)이 낮을수록 미혼율이 뚜렷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2020년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20% 남성은 5명 중 4명꼴로 결혼하는 반면 소득 하위 20% 남성은 4명 중 1명만이 가정을 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현재와 같은 초저출산·초고령화가 이어지면, 2050년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 이하에 그칠 확률이 68%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도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민생토론회를 열고 2030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청년도약계좌’ 가입 요건을 중위 180% 이하에서 중위 250% 이하로, 1인 가구 기준 소득 상한선도 연 4200만원에서 5834만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근로자에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전액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 청약시 맞벌이 부부의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결혼 전 주택 소유 기록이 반영되지 않도록 특공 등 청약 제도를 손보는 등 주택 대출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도약계좌 취지는 좋지만 만기 기간이 길고 연령 제한이 34세 까지라는 점이 걸림돌”이라며 “만기 기간을 현재 5년에서 조금 더 줄이고, 연령대는 현재 19세~34세에서 24세~40세로 범위를 조정하면 더 많은 청년이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부는 자산격차를 늘리는 주범인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청년이 빨리 목돈을 마련해 집을 장만할 수 있게 저금리 장기대출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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