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이 ‘심판’으로 돌아왔다…‘반윤거야’의 탄생 [22대 총선]

민주당 175석 압승…헌정사상 최초 5년 ‘여소야대’ 정부
‘민생·경제’ 악화가 정권심판론에 불 붙여
정국 주도권 쥔 ‘反尹’ 거대 야당…국조·특검으로 압박 전망

기사승인 2024-04-11 17: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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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이 ‘심판’으로 돌아왔다…‘반윤거야’의 탄생 [22대 총선]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사진=임형택 기자

4·10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과반을 확보했다. 성난 민심이 ‘정권 심판’을 택한 결과다. 이번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지며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3년도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총 175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지역구에서 161석을, 더불어민주연합 비례의석 14석을 얻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 국민의미래 비례의석 18석으로 총 108석에 그쳤다.
 
이번 총선은 집권 3년 차를 맞는 현 정부의 중간평가로 여겨졌다. 집권 여당이 이같이 큰 격차로 야당에 참패한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총선 투표율도 67.0%로,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역대 총선 중 가장 높았다.

‘불통’이 ‘심판’으로 돌아왔다…‘반윤거야’의 탄생 [22대 총선]
윤석열 대통령. 사진=임형택 기자

‘불통’에 정권심판으로 돌아선 민심

민주당 단독 과반, 범야권 압승이라는 결과는 민심의 흐름이 ‘정권 심판’으로 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일 출구 조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 압승이라는 결과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유권자 선택”이라며 “민주당과 저에 대한 민생을 책임지라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책임을 부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채양명주'를 전면에 내걸고 정권심판을 강조했다. 이채양명주란 ‘윤석열 정부 5대 실정’을 뜻하는 말로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및 주가조작 의혹 등을 의미한다.

계속되는 경제 상황 악화와 물가 상승도 민심을 더욱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피날레 유세에서도 민생과 경제를 강조하며 정부 실정을 부각한 바 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금사과’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과일·채솟값 폭등세가 지속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도 2년 만에 대폭 추락했다. 2022년 IMF가 선정한 주요 208개국 중 우리나라는 18위였지만, 다음 해 198위로 무려 180계단이나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사건, 이종섭 전 호주대사 ‘도피 출국’ 의혹,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등으로 민심이 완전히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불통’이 ‘심판’으로 돌아왔다…‘반윤거야’의 탄생 [22대 총선]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반윤거야(反尹巨野)’ 탄생…입법권으로 정부·여당 압박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도 제1당을 차지하게 됐다. 특히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진보당의 의석을 합하면 모두 192석이 된다. 

정부·여당은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임기 5년 내내 ‘여소야대’ 지형에서 국정을 운영하게 됐다. 국정 과제 수행을 위해서는 입법부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거야’가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야당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야당이 반대하는 이슈는 시행령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국정 운영 추진 동력 상실이 기정사실로 되며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범야권은 법안 강행 처리를 할 수 있는 의회 권력을 쥐게 됐다. 국회 정원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법안 상정을 막기 위해 진행되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입법 권력을 행사해 정부·여당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대표는 이미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출국 논란과 관련한 국정조사 및 특검(특별검사)법 추진 가능성 등을 열어둔 상태다. 

백승아 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공동 중앙선대위회의 겸 해단식에서  “윤 대통령 거부권에 가로막혀 통과되지 못한 ‘윤·김·한 특검법’, 이태원 특검법, 채상병(해병대 외압 관련) 국정조사, 노란봉투법, 간호법 등의 관철에 앞장서겠다”고 엄포했다. 

윤·김·한 특검법이란 △윤 대통령과 연관된 ‘채 상병 특검법(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진상규명 특별검사법)’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관련 ‘쌍특검법’ △ 조국혁신당의 공약인 ‘한동훈 특검법’을 의미한다. 

다만 범야권이 200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야권은 단독 입법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권 심판이라는 민심을 확인한 상황에서 지난 2년처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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