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 꿈꾸는 엔씨, 물적분할로 목표 이룰까

신설회사 두 곳…상장은 선 그어
분사 통한 경영 효율화…고용 안정성 우려

기사승인 2024-06-27 06: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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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 꿈꾸는 엔씨, 물적분할로 목표 이룰까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전경.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물적분할로 신설회사 두 곳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성 향상은 물론, 경영 효율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엔씨)는 물적분할을 추진한다.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 서비스 사업부문 전문 기업 ‘엔씨큐에이’와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부문 전문 기업 ‘엔씨아이디에스’ 두 곳이다. 각각 김진섭 엔씨소프트 QA센터장과 이재진 전 웅진씽크빅 대표를 대표이사 후보자로 선정했다.

물적분할이란 분할을 하는 곳이 새롭게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100% 모두 소유하는 형태를 이야기한다. 엔씨소프트가 엔씨큐에이와 엔씨아이디에스 주식 모두를 가진다는 의미다.

물적분할에서 주로 문제되는 지점은 기업의 알짜 부서를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핵심 부서가 분리되기 때문에 모회사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도 떨어질 수 있어서다.

그렇지만 엔씨는 상장에 관해 일단 선을 그은 상태다. 지난 24일 공시된 주요사항보고서를 살펴보면, ‘각 신설회사는 5년 이내에 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명시해놨다. ‘신설회사는 비상장을 유지해 분할회사 주주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을 차단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재도약 꿈꾸는 엔씨, 물적분할로 목표 이룰까
박병무 공동대표. 엔씨소프트

물적분할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병무 공동대표가 정식 선임 전 이뤄진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체제 출범 미디어 설명회’에서 분사⋅인력 감축 등을 묻는 질문에 “노력은 이미 시작했고,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어 5월 진행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도 “분사를 통해 본사 인원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물적분할의 주된 목표는 경영 효율화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고정비성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카드로 권고사직과 분사를 언급했다. 엔씨소프트 전체 직원은 지난해 기준 5023명이다. 지난 3년간 마케팅비는 큰 폭으로 줄었으나 인건비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8495억원, 2022년 8474억원, 2023년 8229억원이다. 반면 매출은 낙폭이 크다. 2022년 2조5718억원에서 2023년 1조7798억원으로 급감했다.

게임업계에서 물적분할은 흔한 사례가 아니지만, 관련 사례를 찾아볼 수는 있다. 지난해 4월 네오리진은 보안사업부를 물적분할해 게임 사업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보안사업부가 적자를 기록해왔다는 이유에서다. 게임사업부에 집중하며 지난 1분기 게임사업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8% 증가하기도 했다.

직원 고용 불안정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물적분할 과정에서 해당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로계약이 달라지고, 노조승계 역시 불투명할 수 있어서다.

분사 등 조정에 관한 설명이 부족한 상태서 진행해 반발이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꼽히는 게 인적 조정”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법상 해고가 용이한 편은 아니라 마지막 카드로 여겨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사기도 저하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임원진의 솔선수범, 방침에 대한 충분한 설명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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