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진 기자의 톡톡 부동산] 정부의 내력벽 철거 불허 후폭풍…사업 중단되나

기사승인 2016-09-06 10: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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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아나운서 ▷ 여러 부동산 정보와 함께 하는 시간이죠. 이연진 기자의 톡톡 부동산입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으로 함께 할까요?

이연진 기자 ▶ 정부는 지난 1월, 리모델링하는 공동 주택의 내력벽을 최대 20% 철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요. 최근 이런 방침을 백지화했습니다. 추가 시험 등을 통해 안전성 입증부터 철저하게 한 후에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죠. 그리고 그 후, 정부의 내력벽 철거 불허 방침을 둘러싼 논란과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단지들은 매매 가격이 둔화되고, 사업을 올 스톱 시켜야 하는 상황에까지 놓였는데요. 리모델링에 속도를 내던 단지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갑자기 뒤바뀐 정부 정책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큰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늘 톡톡 부동산에서는 리모델링은 무엇이고, 또 내력벽 철거 불허 결정이 왜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지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이연진 기자의 톡톡 부동산] 정부의 내력벽 철거 불허 후폭풍…사업 중단되나

김민희 아나운서 ▷ 오늘 톡톡 부동산 주제는 정부의 내력벽 철거 불허 후폭풍입니다. 최근 리모델링 내력벽 철거로 인해서 상당히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이연진 기자, 이 내력벽이라는 게 무엇인지부터 알려주세요.

이연진 기자 ▶ 내력벽은 건물의 지붕이나 위층 구조물의 무게를 견디거나 힘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구조물로, 건물의 공간을 수직으로 나누어 주는 벽입니다. 벽돌로 쌓은 단순한 칸막이가 아니라 콘크리트 등으로 시공되는데요. 건축물을 지탱하는 기둥에 해당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거의 대부분의 아파트는 벽이 기둥 역할을 하는 벽 식 콘크리트 구조라서요. 이 내력벽을 일부라도 허물어내는 것은 구조체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행위로 보고 있죠. 그래서 아마 이번 불허 결정도 난 것 같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내력벽을 철거하면 생기게 되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어떤 문제들이 생기기에 불허 결정이 난 건가요?

이연진 기자 ▶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안전성입니다. 일부일지라도 내력벽이 철거되면 건물의 안전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상업용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아파트도 벽을 허물고 충분히 보완하면 괜찮다고 보는 것은 위험할 수 있거든요. 벽식 구조의 아파트와 기둥식 구조의 상업용 건물은 기본 조건부터 다르니까요.

또 내력벽 철거를 감안한 아파트로 계획되거나 시공되지 않았고, 노후 아파트의 구조설계도가 남아있는 경우가 흔치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그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일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럼 반대로, 이 내력벽을 철거할 수 있게 되면 어떤 점이 달라지게 되는지도 알려주세요. 어떤 효과가 있나요?

이연진 기자 ▶ 현행 주택법상 리모델링을 할 때에는 3개 층까지만 수직 증축이 가능한데요. 대신 세대 간 내력벽을 철거하면 아파트 층수를 높이는 동시에 그만큼 공간이 넓어져 사업성이 좋아지게 됩니다. 리모델링 단지 조합이 주택 간 내력벽 철거를 주장해온 건, 그만큼 사업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리고 이번 내력벽 철거의 경우,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에 한해서 추진했던 건데요. 그런데 궁금한 점이요.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차이점이에요. 지은 지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하는 것과 재건축하는 것은 어떤 차이점들이 있나요?

이연진 기자 ▶ 우선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사업 정비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리모델링은 건물을 받치는 기본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나머지 부분만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건축 기법인데요. 반면 재건축은 기존 구조물을 모두 부수고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입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노후아파트에 대한 불편과 신규주택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급증하면서 재건축 붐이 일기 시작했죠.

김민희 아나운서 ▷ 두 가지 사업 시행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나요?

이연진 기자 ▶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모두 법에서 정한 기간을 넘어야 사업을 할 수 있는데요. 아파트의 경우 지은 지 30년이 지나야 재건축을 할 수 있고요. 리모델링은 준공된 지 15년이 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법 기준은요? 차이가 있나요?

이연진 기자 > 네. 법 기준도 다릅니다. 재건축 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따르는데요. 시, 도 조례에 따라 준공한 지 20년 이상 경과했거나 건물이 훼손, 멸실으로 안전사고 우려가 있을 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별로 다르긴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준공 후 30∼40년이 지나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고요. 소형 평형 의무 비율, 임대 주택 의무 건설, 초과 이익 부담금 등 각종 규제도 많은 편입니다.

반면에 리모델링은 주택법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는데요. 재건축 사업에 적용되는 규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고요. 사용 검사를 받은 후 15년 이상의 기간이 경과된 공동주택은 동 또는 주택단지 단위로 지정합니다. 증축 리모델링은 20년 이상 경과된 공동주택으로 아파트 개별 동 또는 단지 전체 소유자의 동의를 얻은 후 구조 안전에 지장이 없어야 하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사업 방식, 시행 시기, 법 기준 모두 차이가 나는데요. 또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이연진 기자 ▶ 가구 수 증가 여부도 차이점입니다.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이 법정 상한선까지 완화돼, 기존 가구 수보다 더 많은 물량을 지을 수 있거든요. 일반 분양을 통해 조합원 부담도 줄어들고요. 반면에 리모델링은 각 가구당 전용 면적을 최고 30%까지 늘릴 수 있지만, 수직 증축을 통해 가구 수를 늘릴 수는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아무래도 절차 진행 면에서도 차이가 나겠어요.

이연진 기자 ▶ 네. 그렇죠. 재건축은 기본 계획 수립, 정비 구역 지정, 추진 위원회 승인, 조합 설립 인가, 건축 심의, 사업 시행 인가, 이주 및 철거, 착공 등 사업 절차가 복잡하고 사업기간도 7~10년가량 걸리는데요. 반면 리모델링은 사업절차가 재건축에 비해 간소하고 기간도 2~3년에 불과하거든요. 꽤 차이가 나죠.

김민희 아나운서 ▷ 사업비 면에서 보면 어떤가요?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 걸리는 재건축이 사업비가 더 많이 들 것 같은데.

이연진 기자 > 사업비를 따져보면 재건축은 토지 조성과 골조 공사뿐 아니라 컨설팅 비용, 임대 주택에 따른 차액 공사비, 조합 경비, 기반 시설 부담금, 개발 이익 부담금 등 투입되는 비용이 많습니다. 반면 리모델링은 사업 추진 비용이 들지만, 재건축과 달리 기부 채납 등의 부담이 없어 사업비가 상대적으로 낮고요. 하지만 주거여건 측면에서는 재건축이 더 나은데요.
재건축의 경우 기존 아파트를 허물고 새롭게 짓기 때문에 자유롭게 평면을 설계할 수 있고요. 또 편의 시설 및 주변 상권까지 함께 개발될 수 있는 호재도 누릴 수 있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재건축과 리모델링. 여러 면에서 볼 때 차이가 확실하네요. 어느 쪽이 더 낫다. 라고 정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이연진 기자 ▶ 그렇죠.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뚜렷해서요.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단지별 특성에 따라 어떤 방식이 유리할지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잘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이제 다시 이번 내력벽 철거 불허 결정 내용을 살펴볼 텐데요. 이연진 기자, 사실 정부가 이 내력벽 철거에 대한 내용을 검토에 들어간 건 꽤 오래 전이죠?

이연진 기자 ▶ 네. 국토부가 수직 증축 시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할지 검토하는 연구 용역을 시작한 시점은 작년 9월입니다. 이후 국토부는 올해 1월 2016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1기 신도시 등의 공동주택 노후화에 대응하고자 내력벽 철거 일부 허용 등 리모델링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요. 업무 계획이 발표되고 며칠 지나지 않은 2월 초 국토부는 수직 증축 시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하지만 재검토로 달라진 거고요?

이연진 기자 ▶ 네. 수직증축 시 내력벽을 철거해도 보강 공사를 통해 기술적으로 안전 확보가 가능하다는 주장과 내력벽을 없애면 아파트 지반에 박힌 말뚝 기초에 하중이 더 실려 위험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부딪쳤고요. 결국 재검토로 돌아섰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만약 처음부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입법 예고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정부는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시간만 보내면서 주민들을 기대하고 또 기다리게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제 이번 내력벽 철거 불허 결정이 현재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아파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볼게요. 먼저 현재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아파트에 대해 알려주세요. 이연진 기자, 어떤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었나요?

이연진 기자 ▶ 8월 17일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아파트는 총 35개 단지 1만 7,703가구에 이릅니다. 이 중 상대적으로 단지 내 여유 공간이 넓은 택지지구에 조성된 경기 성남시 11개 단지 1만 3,185가구와 안양시 2개 단지 1,898가구 등 1기 신도시 단지들인데요. 이 단지들은 동의 앞뒤 넓이뿐 아니라, 좌우까지 넓히는 방식의 리모델링을 주로 진행해왔습니다. 내력벽 철거를 허용한다는 정부의 말만 믿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다가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곳들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동의 앞뒤 넓이 뿐 아니라 좌우까지 넓히는 방식의 리모델링. 그게 무슨 말인가요?

이연진 기자 ▶ 그건 쉽게 말해 건물 가장자리에 새 건축물을 붙이는 수평 증축을 말하는 겁니다. 기존 2베이. 즉 방 1개 및 거실 전면 배치 구조를 3ㆍ4베이 형태로 바꾸는 식인데요. 문제는 이번 정부의 내력벽 철거 불허로 기존 계획이 어그러지게 됐다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그 단지들의 경우, 참 난감한 상황이 됐네요.

이연진 기자 ▶ 네. 그렇죠. 정자동 한솔 주공 5단지는 지난해 6월 전국 최초로 수직 증축 안전 진단을 통과했고요. 야탑동 매화 1단지와 정자동 느티마을 3단지, 4단지도 지난해 하반기 안전 진단을 통과한 상태인데요. 성남시의 경우, 작년 하반기 정부가 밝혔던 내력벽 철거 허용 방침에 따라 분당의 4개 단지는 안전 진단까지 통과하고도 건축심의를 미루고 정부의 최종 발표만 기다렸는데요. 이번 불허 결정으로 난감하게 됐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이렇게 되면, 그 단지들의 경우 집값에도 영향을 줄까요?

이연진 기자 ▶ 네. 아무래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고 있으니까요. 매수 문의가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고요. 리모델링 규제가 풀리면서 오른 집값은 하락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그 아파트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력벽 철거가 불가능해졌으니,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요. 내력벽은 철거는 하지 않고 리모델링을 진행해야 하나요?

이연진 기자 ▶ 내력벽 철거가 불가능해지면 좌우로 베이를 늘려 소형 평형을 중형으로 재구성하려던 단지들은 설계를 바꾸어야 하고요. 아니면 그 허용 여부가 재 논의되는 2019년 이후로 사업을 연기 또는 중단해야 합니다. 분당처럼 택지 개발로 이뤄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중계동 등의 소형 평형 노후아파트 단지들도 마찬가지로 선택을 해야 하겠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게요. 앞으로의 진행 상황에 대해 단지들도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할 텐데요. 그렇다고 해서 진행 중인 모든 리모델링 사업이 중단되는 건 아니죠?

이연진 기자 ▶ 네. 그렇다고 모든 리모델링 사업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최대 3개 층을 수직 증축할 수 있는 만큼 일반 분양 물량 확보가 가능해서요, 사업성은 여전히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또 베이 확장이 필요 없는 중대형 평형은 앞뒤로만 증축도 가능하고, 중소형 주택이 강세인 추세에 맞춰 반대로 평형을 줄여 쪼갤 수도 있습니다. 특히 민간 건설사 등이 조성해 상대적으로 여유 공간이 부족한 단지들은 지금도 동의 앞뒤만 넓히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서울 용산구 이촌동 현대아파트나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 강남구 개포동 우성9차 아파트 등이 대표적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노후된 단지들은 재건축시 수익성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아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리모델링을 유력한 사업방식으로 볼 수 있을 텐데요. 재건축도 아니고 내력벽 철거도 아니지만, 그 외에 다른 리모델링 방식도 충분히 가능한 거죠?

이연진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주민 합의만 된다면 세대별로 확장 면적을 달리하는 리모델링 방식도 가능한데요. 2012년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서울 마포구 현석호수아파트의 경우를 보면요. 새 건축물을 붙일 수 있는 동 가장자리 가구의 좌우 면적을 상대적으로 좀 더 넓히는 방식을 택했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물론 다양한 사업 방식이 가능한 건 사실이지만, 리모델링 사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맞지 않나요?

이연진 기자 ▶ 그렇죠. 업계에선 이번 정부의 조치로 리모델링은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식의 인식이 확산돼, 리모델링 전체 사업이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는데요. 내력벽 철거와 수직 증축을 동반한 리모델링은 기존 벽체 보강, 내진설계 등을 적용하기 때문에 구조적 안전성이 확보되는데도 정부가 괜한 오해를 만들었다는 주장입니다. 또 준공 연도가 비슷한 1기 신도시 등에서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집중 추진한다면 집단 이주, 대규모 분양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게요.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겠죠. 그리고 이번 불허 결정에 대해 업계 뿐 아니라 지자체와 주민들의 비난도 상당하죠?

이연진 기자 ▶ 네. 정책이 일관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정부의 방침 선회로 인해 리모델링 사업들이 중단되면서 손해가 불가피하게 되었죠. 성남시에서도 성명서를 통해 중앙정부의 줏대 없는 오락가락 행정에 일선 현장의 피해가 막대하다며,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해해달라고 말로 끝낼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직접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고요. 주민들 역시 정부 발표를 기다린 그동안의 시간이 아깝고, 실망감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올 초 성급하게 내력벽 철거를 허용했던 게 총선을 앞둔 표심잡기용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톡톡 부동산에서는 최근 정부가 안전성 우려를 이유로 아파트 리모델링시 가구 간 내력벽 철거 허용 방침을 보류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후폭풍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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