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환자샤우팅]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화로 중증환자 의료비 줄이자

기사승인 2017-01-05 09: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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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안기종 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

[쿠키 건강칼럼] 박근혜 정부의 중점 대선 공약인 3대 비급여(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개선 및 4대 중증질환(암, 희귀난치성질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이 2013년 6월부터 추진되어 3년 6개월이 경과했다.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율을 OECD 국가의 평균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 투입해도 건강보험 보장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

그동안 ‘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는 큰 폭의 제도개선 후 건강보험 급여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의학적 근거 있는 비급여의 상당수도 건강보험 급여화 되고 있다. 또한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단계적으로 2017년까지 추진되기 때문에 완료시점인 2017년 말에는 건강보험 보장율이 분명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10년 77.8%, 2011년 76.1%, 2012년 77.8%, 2013년 77.5%, 2014년 77.7% 수준으로 76~77% 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율이 2017년 말경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이는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율 증가 속도보다 고가의 신약이나 신의료기술 등 새로운 비급여 영역의 개발 및 확대 속도가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율을 높이기 위해 투입되는 엄청난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는 획기적이고 전면적인 비급여 관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증질환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제도 추진도 고민해야 한다.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눈여겨보아야 하는 이유

이런 상황에 눈여겨 볼 제도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 8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재난적 의료비’를 의료비 지출이 가계 총지출의 10~40% 수준을 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암, 희귀난치성질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중증화상 등의 중증질환으로 투병중인 저소득층 및 일부 중산층 환자들에게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를 포함한 의료비를 최대 2천만 원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원래는 2015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해당 중증질환 환자들의 호응이 좋고, 환자단체들의 기간연장 요구가 계속되어 2016년까지 1년 더 연장되었다. 2017년에는 종료될 운명이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해 기사회생 했다.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의 가장 큰 효과는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은 해당 중증질환 환자의 건강보험 보장율이 2014년에는 84.6%, 2015년에는 85.7%, 2016년에는 86.7%로 대폭 상승하였다는 것이다. 

[안기종의 환자샤우팅]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화로 중증환자 의료비 줄이자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제도화의 핵심은 재원 마련

문제는 재원이다. 현재까지는 정부 복권기금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금에서 반반씩 부담했다. 2013년 처음 시작할 때는 각각 300억 원씩 총 600억 원 규모이었으나 2016년에는 각각 275억 원씩 총 550억 원으로 줄었다. 2017년에는 각각 177.51억 원씩 총 355.02억 원으로 더 줄어 건강보험공단이 170억 원을 보태어 총 525.02억 원 규모로 추진될 예정이다.

최근 한 달 약값이 천만 원이 넘는 고가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가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일부 신의료기술은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 못지않게 고가다. 최근 이러한 고가의 비급여 약제나 신의료기술로 치료받는 중증질환 환자들의 불만이나 민원이 그나마 줄어든 것도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에서 2천만 원까지 비급여 약제비를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3년 6개월 동안 엄청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했지만 비급여의 블랙홀 때문에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율 곡선은 위로 치솟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 재난적 의료비 부담으로 계층 하락 위험에 있는 중산층과 이미 최하층이 되어 있는 극빈자의 의료비 안전망 확보를 위해 정부가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의 발전적 모델을 만들어 제도화해야 할 적기(適期)이다.

대상 질환도 암, 희귀난치성질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중증화상 등과 같이 일부 중증질환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한 모든 질환으로 확대해야 한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현재와 같이 정부의 복금기금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금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치료비 지원을 하는 민간 복지단체의 기금, 현재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부 제약사들의 비급여 약제비 지원사업 기금, 위험분담제 적용 약제 중에서 제약사가 건강보험공단에 지불하는 환급금 등 다양한 재원처를 찾아야 할 것이다.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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