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프리즌' 한석규 "내 연기, 이제 좀 쓸 만해 졌다"

기사승인 2017-03-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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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프리즌' 한석규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배우 한석규가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을 만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말 그대로 물리적인 시간이다. 최근 ‘프리즌’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한석규는 “그게 2013년이었나”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나현 감독과 한석규의 인연은 ‘프리즌’이 처음이 아니다. 한석규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주로 홀수 해에 일하고, 짝수 해에 쉰다. 나현 감독의 다른 시나리오를 제의 받아서 수락한 것이 2013년.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여러 가지 사정이 맞지 않아 결국 헤어졌다. 한석규는 “헤어질 때 잘 헤어졌기에 다시 만나기도 수월했다”고 표현했다.

“서로 계속해서 작업을 기다리고 맞춰 보다가, 완성이 안 돼서 솔직하게 헤어졌어요. 예의와 배려를 가지고 헤어졌기에 나현 감독이 다시 ‘프리즌’을 내밀었을 때 관심을 더 가질 수 있었죠. 그 시간들이 ‘프리즌’을 선택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어요. 물론 나현 감독이 아직도 신인 입지라는 것도 컸죠. 입봉하는 감독들은 작품에 모든 것을 거니까요. 하하.”

‘프리즌’에서 한석규가 맡은 인물은 교도소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익호다. 익호는 교도소 안에서 세상의 온갖 더러운 일을 해결한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교도소 안에 있는 죄인은 알리바이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한석규는 “처음에는 익호가 좀 두려웠다”고 말했다.

“익호라는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 않겠다 싶었어요. 내가 악한 인물을 만들 때, 이 사람이 악역이라는 것에 너무 몰입하면 그게 함정으로 작용할 것 같았죠. 내가 극 중에서 악하게 굴어봐야 그것은 내 감정일 뿐이에요. 관객들은 인물들의 인과관계를 보고 그 사람에게 악한 포지션을 부여하지, 내가 마냥 악하게 군다고 해서 바로 설득되지는 않거든요.”

데뷔한지 37년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석규는 배역을 만들고, 연기를 하는 것이 어렵다. 그 이유는 “관습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석규는 말했다. 오래 연기를 해 온 만큼 연기라는 것이 늘 새롭지 않고, 그 사이에서 안주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인물이라고 해도 얼마나 다른 감정을 미세하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연기가 만들어져요. 쓸 만한 연기를 하려면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한번 한 작품을 다시 할 수도 없거니와, 다시 한다고 더 잘 할 수도 없으니까 더 그래요.”

흔히 ‘믿고 보는 배우’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의 선봉에 서 있지만 한석규는 비로소 40세를 넘기고 나서야 스스로의 연기가 좀 볼만 해 졌다고 말한다. “여태까지는 훈련하고, 실험해보고, 시행착오도 겪어본 거였죠. 40세를 넘어 겨우 본격적으로 사람에 대해 그려낼 수 있는 연기자가 된 거 같아요. 그 전에는 제 연기를 보면 좀 민망하기도 하고 많이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40세 즈음에서부터 제가 저를 보니까 조금 쓸 만해 졌다 싶더라고요. 하하. 전에는 내가 연기하는 내 눈을 화면에서 보기 힘들었어요. 텅 비었으니까. 이제는 화면 속 내 눈을 보면 그래도 뭔가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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