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의 영화토크] 영화 ‘어느날’, 살아있는 영혼과 판타지의 절묘한 조화

기사승인 2017-04-17 0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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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느날’은 액션을 좋아하지 않는 3040 세대 여성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영화이다.

영화 런닝 내내 중간중간 무료함이 보이지만 남녀 등장인물들의 함축적인 대사와 서로 상처받지 않을까 눈치 보며 미세하게 표현하는 가녀린 감성은 새로운 버전의 로맨스를 함축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날은 로맨스가 아니다. 남녀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슬픔과 가려진 시간 사이에 직면한 애꿎은 현실을 저버리지 못한다. 아내를 잃은 한 남자와 죽음에 직면한 한 시각장애인 여자의 만남은 적은 대사를 통해 눈빛과 표정연기로 잔잔한 음악과 함께 관객들에게 공감을 선물한다.

누구세요? 어느날, 나에게만 그녀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누군가에 보이지 않는 대상이 나에게만 보인다면. 어느 누구도 보지 못하는데 그 사람만 나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윤기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 ‘사랑과 영혼’ 같은 판타지 로맨스를 뛰어넘어 각자의 사연이 있는 남녀를 로맨스에 연결하지 않고 서로가 지닌 상처와 아픔을 갈등보다 이해와 소통을 통해 어루 만지고위로 해주려 했다.

아내가 죽은 후 삶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던 보험회사 과장 강수. 회사로 복귀한 그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 ‘미소’의 사건을 맡게 된다. 강수는 사고 조사를 위해 병원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 ‘미소’를 마주한다.
 
보험회사 직원인 강수는 회사의 오더를 무시하고 억울한 상황에 직면한 미소의 현실을 고뇌하며 죽음에 직면한 그녀를 도와주려 한다.

이윤기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영혼이라는 새로운 키워드와 판타지를 결합시켜 관객에게 위로와 위안을 제공한다.

신파극을 벗어나 독립영화 같이 무언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느낌이 강하다. 서사는 단조롭지만 관객들이 공감하고 여운을 가질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미드포인트 지나 마음으로 느끼게 리드한다.

강원도의 아름다운 해안가를 배경으로 한 미장센과 이야기의 선형적 구조는 등장인물들의 잔잔한 행위를 통해 공감되는 플롯을 만들어내며 감성적 케미를 발산한다.

어느날은 우리 인간들의 비극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누구나 겪는 상처와 아픔을 통해서 어디로 나가야 하고, 무엇을 성취하고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그려나간다. 또한 판타지 드라마라는 생소한 장르를 통해 일상에서 체험하는 미묘한 감정과 더불어 섬세한 연출을 선보였다.

한 남자와 아직 죽지 않은 여자 몸 밖 영혼 간의 소통과 교감이 새롭다. 이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하듯 특별한 시간을 통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누구나 연민의 정을 느끼는 그리움과 이별, 치유를 통해 불완전한 인간의 한계를 표현한다.

관객들은 어느날에 어떤 유형의 인물이 존재하는지, 어떤 잘못된 결정과 비극적 관례들이 묻혀있는 지 찾는 노력을 한다면, 영화는 더욱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희극보다는 비극이 고귀하고 비극의 효과로 공포와 연민을 들었다.

합리적 이해나 과학적 인식이 부족했을 때 벌어지는 사건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수 없는 운명으로 다가온다.

운명은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대처도 불가능하다. 자신의 이해력 밖에서 엄습해오는 운명의 힘 앞에서 인간들은 커다란 심리적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느날은 비극으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불안감을 배설하면서 슬픔을 극복하고 세상을 넓게 바라보려한 시각은 관객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선사한다.[이호규의 영화토크] 영화 ‘어느날’, 살아있는 영혼과 판타지의 절묘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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