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논란 만드는 복지부, 신중한 정책추진이 필요할 때

기사승인 2017-09-23 00:05:00
- + 인쇄
[기자수첩] 논란 만드는 복지부, 신중한 정책추진이 필요할 때
한의사협회장이 최근 단식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외래정액제 개편에 반대한다는 이유다.

이러한 모습은 약사회와 치과의사협회에서도 나타났다. 양 단체는 ‘국민건강 외면한 의과의 노인외래정액제 단독 개편, 즉각 철회하라!’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분노해 하고 나서는 이유는 노인외래정액제 개편 때문이 아니다. 이번 개편을 의과의원에 대해서만 진행한 부분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15일 의과의원 노인외래정액제 단독 개편을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양 단체의 공동성명서를 보면 노인정액제는 건강취약계층인 65세 이상 어르신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의료이용의 접근성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이를 위해서는 약국과 치과, 의과, 한의과 등 모든 보건의료직역에 공평하게 적용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의과와는 1년의 논의를 거쳐 중장기 개선방안을 마련해 2018년부터 우선 제도를 개선하고, 한의·치과·약국의 경우 현재 협의체를 구성해 제도개선 논의 중이므로 모든 직역이 개편된다는 것이 복지부 입장인데 모든 직역에 적용되는 공통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의과만을 대상으로 ‘의정협의체’라는 비공식 기구를 운영해 의과와 보건복지부 단독으로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의사협회, 약사회, 치과의사협회에서 공동 반대성명을 발표하자 9월6일이 되서야 협의를 시작했다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보건복지부가 의과만을 협의대상으로 인정하고 특별대우하고 있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 직역은 미리 협상을 해서 시행을 하고, 다른 지역은 그 이후에야 협상을 한다는 복지부의 입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이러한 형평성 논란은 새로운 논란도 야기하고 있다. 타 직능에서 이번 노인외래정액제 개편이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반대하고 있는 의사사회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것이 아니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의사협회장은 최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정부의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정책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며 회원들로부터 불신임 위기에 처했었다. 다행이 10여표차로 회장직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회원들의 불신은 여전한 상황이다.

때문에 의료계의 협조가 필수적인 보장성강화 정책을 위해 복지부는 의료계를 달랠 수 있는 방안으로다른 요양기관 보다 우선적으로 의과와 노인외래정액제 협의를 택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정부 첫 복지부장관이 보건의료단체와 많은 소통을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 의료계만 대상으로 협의를 진행해 이러한 논란을 만들어 낸 것은 전적으로 복지부의 잘못이라는 생각이다.

더욱이 이러한 논란을 만들어 놓고 권덕철 복지부 차관은 한의사협회장 단식장을 찾아 10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단식 중단을 요청한 것은 복지부의 실수를 시인한 것 밖에 안 보인다. 

이러한 복지부의 행보는 향후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불만이 있는 단체들은 단식 등 강력대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은 국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특히 보건복지 분야의 경우 국민 건강과 생활에 밀접한 분야여서 정부로서도 더 신경 써 정책개발에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또 이러한 정책 수행은 의사·한의사·약사 등 국가에서 인정받은 수재들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가 한 번 더 예측하고, 고민해 신중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번 같은 불필요한 논쟁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