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마초는 한약인가

전미옥 / 기사승인 : 2020-07-02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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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대마초는 한약이 아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2009년 배포했던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당시 배우 김부선씨가 '대마초는 한약이다. 우리 민족이 500년 동안 애용해왔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자 한의계가 난색을 표한 것이다. 그 때 한의계는 "대마의 씨앗 '마인'만 한약에 사용한다", "대마초를 치료제로 사용하는 한의사는 단 한 명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요즘 한의계는 대마를 한의사가 처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의보감 등 고서에 대마초를 사용한 기록을 들어 대마를 약용으로 들여오되 처방권은 한의사가 가져한다는 논리다.

산업계 등에서는 대마 합법화가 뜨거운 이슈다. 대마 관련 사업이 돈 되는 블루오션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마 추출물을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양성화하는 것이 이들의 지향점이다. 미국 등에서는 이런 대마산업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그린 러시(green rush)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대마는 '입문용 마약'으로 악명이 높다. 대마를 경험한 이후 필로폰 등 중독성이 더욱 강한 마약을 찾게되는 비율이 높아서다. 버닝썬 사태 등에서 증명하듯 국내 마약관련 문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마약사범만 1만6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27%나 늘었을 정도다.

물론 산업계와 일부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바는 대마의 중독물질을 뺀 CDB 성분을 양성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마트 등에서 CDB 성분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미국 일부 주에서는 적지 않은 업체들이 CDB 제품에 대마의 중독물질인 THC 성분 함량을 몰래 올리고, 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중독 문제도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10여년 전 대마 논란에 우려를 표했던 한의사들은 '대마는 한약'이라는 인식이 자칫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었을 것이다.

대마 양성화를 걱정했던 한의사들이 지금은 산업계 트렌드에 발맞춰 대마에 대한 한방 처방권을 요구한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인들이 이익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것이라면 정말 우려스럽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대마가 한약이어야 하느냐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방 진료실에서는 대마 처방이 안 돼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는지 그리고 그 기간동안 한의학 연구실에서는 대마 성분에 대한 어떤 연구가 진행됐는지 궁금하다. 또 전국 한의사들은 모두 대마를 한약으로 처방하자는 입장에 동의하는지도 의문이다.

한방 진료실에서 대마가 왜 쓰여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의학은 근거가 있어야 한다. 대마 성분 처방이 한방 환자들에게 정말 필요하다면, 연구를 통해 이를 증명하는 활동이 우선되어야 한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