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의 경영 재편안]② 합치고 쪼개고…CJ, 미디어 계열사 경쟁력 강화

CJ오쇼핑·CJ E&M 합병 발표…CJ헬로비전 향방 놓고 고심

기사승인 2018-01-1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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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사진>이 4년만에 경영에 복귀하면서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다.  2020년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그레이트 CJ' 계획을 넘어 2030년 세 개 이상의 기업에서 세계 1등을 거머쥐겠다는 '월드베스트 CJ' 구상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경영 복귀를 선언하며 "월드베스트 CJ 달성은 반드시 이뤄야 할 시대적 소명이며 책무"라며 "2030년에는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자"고 언급했다.

이 회장이 이끄는 CJ그룹은 앞으로 식품(CJ제일제당), 물류(대한통운), 미디어 콘텐츠(CJE&M, CJ오쇼핑)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가장 잘 하는 분야에서 1등을 함으로써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 CJ오쇼핑-CJE&M 합병…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키운다 

이 회장의 구상을 실행하는 첫 단계는 CJ오쇼핑과 CJE&M 합병으로 나타났다. 양사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CJ오쇼핑과 CJ E&M이 1:0.41의 비율로 합병한다고 결의했다. 사실상 CJ오쇼핑이 CJ E&M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오는 6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고 정보통신과학기술부의 승인을 거쳐 8월 1일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CJ오쇼핑과 CJ E&M의 사업역량을 집약해 글로벌 융복합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회사의 구조재편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으며 6개월 후에는 합병회사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글로벌 인프라를 상호 공유하면 글로벌사업은 즉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CJ오쇼핑은 현재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현지 주요 미디어 기업과 합작 관계를 맺고 있고, CJ E&M은 베트남, 태국, 터키 등에 사업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두 기업은 양사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콘텐츠 IP를 활용한 커머스를 선보이거나 콘텐츠 합작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CJ오쇼핑의 상품 기획 역량과 CJ E&M의 콘텐츠 역량이 더해지면 기존 사업도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CJ오쇼핑은 실제로 지난해부터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한 소비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CJ오쇼핑은 지난해 5월 업계 최초로 디지털 콘텐츠 전문제작사들과 손잡고 웹드라마 '신감독의 슬기로운 사생활'과 먹방 프로그램 '오늘 또 뭐먹지', 리얼리티 예능 '#2017_SNS라이프' 등 미디어커머스 콘텐츠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바 있다. 홈쇼핑사업의 돌파구를 TV 밖 차별화된 콘텐츠에서 찾으려는 시도다. 

최근에는 지난해 9월과 10월 패션, 뷰티 방송 '오구실'과 뷰티 체험 프로그램인 'TV올리브영' 방송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해 12월부터는 푸드 토크쇼 '더빙미식회', 리얼 예능 쇼큐멘터리 '써니와 화니', 전직 스튜어디스 뷰티방송 '비행소녀단' 등 총 4개 프로그램을 추가 운영 중이다.

CJ E&M 역시 콘텐츠 저작권(IP)을 활용한 수익 모델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프로듀스101 시리즈로 인기를 모았으며 홍콩과 일본 등에서 열리는 시상식 MAMA를 대표적인 시상식으로 만드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합병회사는 기존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뿐 아니라 융복합 신사업 육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CJ E&M이 보유한 TV, Mobile, SNS 등의 이용자 행태분석 데이터와 CJ오쇼핑이 보유한 커머스 빅 데이터, 트렌드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와 브랜드 상품을 VR, AR, Voice UX를 통해 큐레이션할 계획이다. 이로써 새로운 고객 경험과 접점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합병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 4조4000억원, 영업이익 3500억원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신규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2021년까지 전체 매출을 연평균 15.1%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증권회사들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커머스 기업들의 미디어 역량 강화는 알리바바나 아마존의 예에서 보듯이 세계적인 트렌드이며 고객들의 충성도 제고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합병법인의 핵심 성장 키워드를 콘텐츠 활용으로 보면 재무적 효율성이 가능하다"며 "이는 고성장기에 접어든 CJ E&M의 향후 콘텐츠 및 플랫폼 투자 증액과 잘 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현의 경영 재편안]② 합치고 쪼개고…CJ, 미디어 계열사 경쟁력 강화

◇ CJ헬로 매각 가능성 솔솔…사업 경쟁력 높이는 방안 놓고 고심 

CJ헬로는 가입자수 419만명의 1위 사업자임에도 지속적으로 매각이 거론되는 계열사다. 케이블TV 시장 자체는 IPTV 등에 시장을 내주며 성장 한계를 드러내 왔고 OTT 등 모바일 시대 다양해지는 미디어 시청 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론이 항상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으로의 매각 추진 역시 이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CJ헬로는 실제로 여러번 매각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2015년 말 당시 CJ헬로비전은 SK텔레콤에 매각이 실제 추진됐다가 이듬해 공정위 불허로 무산된 바 있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사업 재편 또는 매각 구설에 올랐다. 주력 사업인 케이블TV의 성장 한계에 따른 ‘출구 전략’이 당시 매각 취지였다.

케이블TV 외에 알뜰폰 사업의 경우에도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최근의 정황 때문에 반복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망 사용 도매대가 등으로 인한 원가 경쟁력 등 구조적 한계부터 이통사와의 경쟁 어려움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에 망을 빌려 쓰는 대가로 지급하는 도매대가는 지난해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이 협의한 기준에 알뜰폰 업계가 요구해온 ‘LTE 수익배분 전년 대비 10%포인트 인하’가 반영되지 않아 업계 원성을 샀다.

최근에는 앞으로 CJ헬로를 인수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이미 한 차례 불발된 SK텔레콤과 유료방송(IPTV·위성) 가입자 규모 1위인 KT를 제외하고 LG유플러스만 남아 매각설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18일 ‘CJ헬로 인수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CJ그룹은 최근 기존 케이블TV 성장 한계를 넘기 위해 추진해온 OTT 등 신규 미디어 플랫폼과 커머스(상거래), 홈케어 등 일상생활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렌탈 사업 역시 홈케어 영역에 포함돼 연관성을 가진다.

CJ헬로는 앞으로 향후 현재 58% 수준인 LTE 가입자 비중을 더 늘릴 방침이다. 차별화 단말기를 통한 틈새 수요 공략, 홈쇼핑 판매 등 계획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본격 재시동을 건 SO(유료방송사업자) 인수합병(M&A) 등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 그룹 관계자는 “사업 재편은 헬스케어 매각 외에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 IPO(주식공개상장), CJ제일제당의 대한통운 지분 매입 등이 중심이고 CJ헬로는 대상이 아니다”며 “CJ헬로는 신규 사업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진다.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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