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익명 처리 게시물도 식별 가능하면 인격권 침해" 판단

기사승인 2018-05-21 15: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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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모대학교에서 기숙사 퇴관 대상자의 이름을 일부 익명 처리해 공고했더라도 해당 게시물로 누군지 식별이 가능하다면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모대학교 기숙사에서 퇴관 대상자를 일부 익명 처리해 공고한 것과 관련, 강제퇴관 공고문 게시 관행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기숙사 생활관생인 진정인은 학교가 기숙사 강제 퇴관을 시키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 등에 ‘강제퇴관 공고, 8층 이OO 생활관생, 흡연 및 비상문 임의개방, 벌점 100점을 초과해 생활관 운영규정에 의거 강제퇴관 조치를 취함’이라는 공고문을 붙였다며, 인격권 침해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규칙위반에 관해 공정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재발을 방지하고, 공고를 본 다른 학생들이 기숙사 공실 입소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강제퇴관 대상자의 성명을 일부 익명처리 하더라도, 기숙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는 다수의 학생들이 그 대상자가 누구인지 쉽게 정보를 습득해 식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특히 인권위는 사회관계망(SNS) 상에서 학생들이 공고문 사진을 올려 장난으로 댓글을 주고받는 등 진정인의 사회적 평판이나 명예가 훼손됐다고도 판단했다.

또한 인권위는 “학교 측이 주장하는 기숙사 규칙위반 관리는 부정기적 혹은 정기적으로 퇴관 사례를 공개하거나 생활관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관련 규정이나 강제퇴관 사례를 소개하는 등 다양하게 할 수 있다”며 “기숙사 공실을 인지해 학생들이 입소 신청하도록 한다는 목적은 기숙사 공실 알림 공고가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학교가 비록 강제퇴관 대상자 이름 일부를 익명처리 했다 하더라도 기숙사 퇴관사유 및 퇴관조치를 엘리베이터 등에 공고한 행위는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라며, 해당 대학교 총장에게 향후 기숙사 입소생에 대한 강제퇴관 조치 시 해당 강제퇴관 사례를 공고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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