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부모 사기 논란, ‘현대판 연좌제’의 부활

연예인 부모 사기 논란, ‘현대판 연좌제’의 부활

기사승인 2018-12-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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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 또는 사기로 번 돈으로 떵떵거리면서 TV에서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억울함으로 눈물 흘리며 평생을 힘겹게 살고 있다"

최근 연예계가 부모 사기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의혹이 진실인지, 진실이라면 그것을 연예인의 책임으로 볼 수 있는지 등 추가적인 논란이 뒤를 이었다. 각 연예인마다 논란의 상황과 대응이 다르고, 그를 보는 대중의 시각도 제각각이다.

의혹은 가수, 배우를 가리지 않았다. 래퍼 마이크로닷을 시작으로 도끼와 가수 겸 배우 비, 배우 차예련, 그룹 마마무 휘인, 배우 마동석까지 무차별적으로 번졌다. 지난 1일에는 메이저리거 추신수까지 논란에 휘말리며 스포츠계로 확대되는 추세다.

마이크로닷과 도끼의 경우 잘못된 대응으로 질타를 받았다. 부모가 20여 년 전 지인들에게 이웃 주민, 친척, 친구 등에게 약 20억 원을 빌린 뒤 해외로 도주했다는 의혹에 대해 마이크로닷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의혹은 곧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크로닷은 사과문을 다시 올리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도끼의 모친은 지난 1990년대 말 500만원씩 두 차례 돈을 빌리고도 갚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도끼는 SNS 라이브 방송으로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1000만 원은 적지 않은 돈이지만, 내 한 달 밥값과 비슷하다”며 부적절한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사건을 폭로한 채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돈을 갚지 않거나 사기를 친 누군가의 자식이 TV에서 웃는 모습을 보고 억울함에 피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연예인에 얽힌 과거 사연을 공개했다. 일부 대중들은 채권자들의 억울함과 분노에 공감했다.

연예인 부모 사기 논란, ‘현대판 연좌제’의 부활

차예련과 휘인은 거꾸로 대중의 동정을 샀다. 차예련은 10년 간 부친의 빚을 대신 갚으며 살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19세 이후 부친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가정사도 공개됐다. 휘인 역시 가정에 무관심했던 부친에 얽힌 과거 이야기를 고백해야 했다. 2012년 부모가 이혼한 후 아무 교류 없이 지낸다는 사실도 밝혔다. 아무 잘못 없는 두 사람이 왜 부친의 잘못을 감당해야 하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를 두고 ‘현대판 연좌제’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한 사람의 죄를 가족과 친지에게 함께 묻는 연좌제는 전근대 왕조국가에서 주로 시행됐던 제도다. 이미 오래 전 폐지됐다.

부모가 돈을 빌린 것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비의 경우를 제외하면, 논란에 얽힌 연예인들이 모두 빚을 갚았거나 갚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연예인들이 부모의 빚을 갚아야 하는 법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많은 대중을 상대로 활동해야 하는 연예인에게 부모의 빚 논란은 큰 방해물이다. 이미 논란에 오른 이상 빠르게 빚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와 대중에 사과하는 게 앞으로의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올바른 해결책이 됐다. 법조문에도 없고 형체도 없는 연좌제는 결국 부활했다.

연예인의 잘못과 연예인 부모의 잘못은 분명 다르다. 부모의 잘못이 자녀의 잘못은 아니고, 자녀의 성공이 부모의 성공인 것도 아니다.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여론 재판을 받고 고개 숙일 필요가 있을까. 연좌제가 19세기에 폐지된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때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사진=박효상, 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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