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판교 나비효과…말 많은 공공임대주택이 뭐길래

기사승인 2019-05-1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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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판교 나비효과…말 많은 공공임대주택이 뭐길래정부가 ‘10년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중단하고 장기임대 방식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저소득층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지난 2003년 도입된 10년 공공임대는 주변 시세의 60% 선에서 10년 임대 후 입주자에게 감정평가액으로 우선 분양받을 권리를 주는 제도다. 최근 판교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에서 분양전환 가격 산정을 놓고 사업주체와 세입자 간에 갈등이 빚어지면서 정부가 공급을 중단했다.

◇10년 공공임대란 = 공공임대아파트란 정부가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위해 도입한 주거지원 제도다. 공공임대아파트를 주거복지제도의 일환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명확히는 다른 개념이다. 주거복지차운에서의 임대아파트 제도는 국민임대와 영구임대다. 공공임대아파트는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00% 이하 일반 국민들에게 양질의 주거 선택지를 늘려주기 위해 공급하는 아파트다.

공공임대아파트는 사업 주체에 따라 둘로 나뉜다. 각각 SH공사(또는 각 지역공사)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와 LH가 제공하는 아파트다. 개념은 같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차이가 있다. 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아파트는 임대로만 거주가 가능하며 2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된다. 반면 이번 판교 공공임대아파트는 LH에서 공급한 아파트로 5년, 10년, 분납임대 등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LH 기준 청약 자격을 살펴보면 공공임대아파트는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는 무주택세대구성원(소득3~5분위)을 대상으로 한다. 무주택 세대주가 아니다. 일반청약과 마찬가지로 청약 기간과 누적 금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가 결정이 되는 시스템이다.

자산기준은 부동산 2만1550만원 이하, 자동차 2825만원 이하를 소유한 사람이다. 또 소득기준 적용대상은 신혼·생애최초·다자녀·노부모·일반(60㎡이하)이다. 금액기준은 신혼·생애·일반의 경우 100%이하,  다자녀·노부모의 경우 120%이하다. 

◇5년·10년 임대기간이 끝나면 = 공공임대아파트는 5년 또는 10년이 지난 다음엔 분양전환이 이뤄진다. 분양전환 시기에는 임차에서 살고 있는 입주자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입주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일반 사람들에게 분양권이 넘어간다. 

분양전환 시 공급가격에 있어 5년짜리와 10년짜리의 차이가 발생한다. 5년 임대의 경우 건설원가와 감정평가금액을 토대로 측정한 가격을 공급가로 결정한다. 건설원가는 시공 당시 분양가에서 감가상각비를 제한 금액이다. 감가상각비란 기물, 설비가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생산하면서 노후한 만큼의 가치를 제품생산원가에 포함시킬 목적으로 계산한 비용이다. 

반면 10년 임대는 이런 가격 산정 없이 감정평가금액만을 토대로 가격이 결정된다. 즉, 분양전환이 이뤄지는 시점의 시세에 따라 측정되는 셈이다.

5년·10년 임대가 아닌 분납 임대의 경우 당초 소유권 취득을 목적으로 분양 전환 시 주택 구입 금액을 나눠 내는 개념이라 보면 된다. 분납은 총 4회(계약시, 4년, 8년, 분양전환시)에 걸쳐 이뤄진다. 분납률은 각각 30%, 20%, 20%, 30%다. 이때 8년차까지 70%에 해당하는 분납금은 최초 공시 가격을 기준으로 이자율 등이 붙어 납부가 되는 반면, 10년 째 되는 분양전환 시 30%에 해당하는 분납금은 해당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10년 만기, 분양전환 앞둔 판교 = 지난 2009년 판교 10년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5644가구 입주민들은 올해 8월부터 분양 전환을 앞두고 있다. 입주자들은 현재 공급주체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입주민들은 조성원가와 감정평가액 평균으로 분양 전환 가격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LH는 이 지역 시세가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며 최근 시세에 맞춘 감정평가금액에 기초해 책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최근 전국 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와 공공임대아파트 분양전환 간담회를 갖고 함께 싸워나갈 것임을 밝혔다. 심 의원은 “최근 공공임대주택의 취지 자체가 퇴색되고 있다”며 “공공임대주택의 취지인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지역 여러분의 울분과 고통을 받아서 최선을 다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국토부는 최근 파주 운정 3지구를 필두로 착공하지 않은 단지에 대해 장기임대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확정된 바는 아니지만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을 폐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분양전환 공공임대아파트가 사라지게 된다면 도입 이후 16년 만에 제도가 사라지는 셈이다.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이 사라지면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간 공공주택 1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그중 65만 가구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짓겠다고 했다. 

한편 분양전환 방식 공공임대주택은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 단기간에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받았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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