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기의 바이오주…신라젠의 교훈 타산지석 삼아야

기사승인 2019-08-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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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기의 바이오주…신라젠의 교훈 타산지석 삼아야불길한 예감은 결국 현실이 됐다. 코스닥 바이오벤처 ‘신라젠’의 항암바이러스물질 '펙사벡'이 글로벌 임상3상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이 회사의 주가는 하한가(-29.97%)까지 급락했다. 

현재 신라젠의 주가는 3만1200원으로 2년 전 주가가 정점을 찍을 당시(2017년 11월 24일 장중 15만2300원) 대비 79.51% 떨어진 것이다.올해 3월 초 11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전환사채 발행)을 한 지 5개월도 되지 않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신라젠의 이 같은 악재는 타 바이오 종목의 주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2일 종가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헬릭스미스, 메디톡스 등 주요 제약바이오 종목들의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최근 대부분의 바이오업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라젠은 상장 후 꾸준히 주가가 상승했다. 이 기업에 대한 여러 의구심도 불거졌지만 임상 3상 진행한다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17년 말에는 10만원 이상을 넘나들었다. 이 같은 주가 상승은 간암치료제 항암면역백신 '펙사벡'(Pexa-vec)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투자자들은 제약·바이오주의 투자를 현재가 아닌 미래가치를 주목한다.  

하지만 최근 바이오업체의 연이은 악재가 나오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 이는 예견된 사태였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신라젠을 비롯한 일부 바이오벤처 기업의 주가는 거품이 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신라젠의 현재 실적 및 재무 상황은 주식가치와 시가총액에 비교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 1분기 까지 영업손익과 당기손익에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별도기준)에는 상장 이래 가장 영업손실(분기 기준, 105억원 적자)이 컸다. 

현재 이 기업은 제품에 의한 매출은 없는 상태이며, 매출액은 공동연구개발수익, 라이선스수익, 마일스톤수익, 기타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연구원들의 근속연수는 길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신라젠의 직원은 정규직과 기간제 근로자를 합쳐 70명이다. 이 가운데 남성 직원들은 평균 근속연수는 1년6개월이다. 여성 직원은 2년9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을 위해선 수년이 넘는 임상 실험이 필요한데 직원의 근속년수가 평균 2년에 불과한건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얼마 전 신라젠 임원의 주식 대량 매도 의혹이 다시 논란으로 재점화될 수 있다. 신라젠 신현필 전무는 지난달 1일부터 8일까지 4회에 걸쳐 보통주 16만7777주(약 88억원)를 장내 매도했다. 당시 신 전무의 대량 매도 소식에 신라젠의 임상 3상에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다. 이에 신라젠은 “개인적 채무 변재를 위해 주식을 매도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사태는 타산지석의 기회가 될 수 도 있다. 최근 바이오업종의 부정적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졌으나 주주들 사이에서도 몇 가지 교훈을 남겼다고 본다. 우선 증권업계도 바이오기업에 대해 단순히 해당 기업이 제시하는 자료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또한 바이오기업의 미래가치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재무상황과 경영환경을 반드시 고려해야한다는 점이다. 필자와 사석에서 만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체 매출 없이 자금조달에만 의존하는 바이오기업이 자체적으로 임상 3상을 통과하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를 짊어지고 가야한다”며 “따라서 임상 1~2상에서 라이센싱 아웃이나 제휴를 통해서 가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또다른 바이오기업 HLB(에이치엘비)가 임상 3상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주가는 일주일만에 반토막이 났다.

게다가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임상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토대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기 전에 임상이 진행되면서 추진해야 할 구체적인 경영 전략까지 함께 구상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주주가치 높여서 자금조달에만 전전긍긍하는 작금의 분위기는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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