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는데 역사와 사회 시험이 왜 필요"...전북도, 공무직 근로자 채용 공고 논란

입력 2019-10-30 23: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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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청소 환경 근로자에게 한국사와 사회 과목 시험을 쳐 고득점자 순으로 채용한다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황당할 것이다. 

전북도가 이러한 채용 공고를 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 18일 2019년 제2회 전북 공무직근로자 임용시험 계획 공고를 냈다. 

임용인원은 모두 21명이며 식당보조, 청사 청소, 행정업무 보조, 전기시설 관리 등 단순 업무가 주를 이룬다. 

전형절차는 1차 필기시험, 2차 서류전형, 3차 면접 시험을 거치게 된다. 

1차 필기는 20분동안 한국사와 사회 분야 20문제가 출제되며 40%이상 득점자 중 고득점자 순으로 채용예정 인원의 3배수를 선발한다. 

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공고가 공무직 근로자 채용과정에서 공정성 차원이라지만 하루 하루 힘겹게 사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갑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번 임용시험에는 용역회사를 통해 현재 도청에서 근무 중인 근로자들도 포함돼 갈등이 일고 있다. 

 2017년 7월 20일 이후 입사자의 경우 공개채용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정부합동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적용되는 5명의 청소 근로자가 바로 그들. 

이들은 경력 등 고용승계가 아닌 공개경쟁채용시험을 통해 재근무 하라는 이야기에 납득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근무 중인 사람과 업무분야에 따라서 예외 규정을 둬야 하는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 근로자의 경우 모두가 50대가 넘고 단순 청소 업무에 필기시험이라는 점에서 혼란스럽다는 의견이다. 

수십년 동안 책을 놓은 상태에서 다시 공부하고 시험을 치라는 것은 생계를 버리라는 말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전북도의 이런 채용 방식에 근로자들은 “청소하고 설거지 하는데 역사와 사회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공정한 채용이라는 원칙에는 부합할 수는 있어도 현재 근무 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부당해 했다. 

또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눈이 침침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책을 보라는 것은 허탈감을 넘어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것이다"고 반발했다. 

이어 “실컷 부려 먹고 직원으로서 일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데 아쉬움이 든다”며 “해당 근로자의 경우 몇 년밖에 근무할수 없기에 정규직 전환이나 고용승계를 통해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전북도는 “안타까운 마음은 들지만 공식적인 절차대로 하고 있고 다른 지자체도 같은 방식으로 공무직 근로자를 선발하고 있다”며 “문제 될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가 이번 채용공고를 계기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주=신광영 기자 shingy14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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