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국무총리 서리 이한기, 출생지 전북? 전남?

입력 2019-12-19 16: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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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 홈페이지에 나타난 오류. 두 인사의 본적지가 같다.

역대 전북출신 국무총리가 몇 명인지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전북 진안 출생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지난 17일 총리에 지명되면서 부터다.

지금까지 확인 된 것은 역대 전북출신 총리는 모두 5명. 정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통과하게 되면 6명이 된다.
전북은 김상협(부안·16대)-진의종(고창·17대)-황인성(무주·25대)-고건(군산·30,35대)·한덕수(전주·38대) 전 총리로 이어지는 일종의 총리계보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이한기 전 총리서리가 전북출신으로 '둔갑'했다.

전북도는 지난 17일 '정부 인사발령 사항'이란 문건을 만들어 공유했다. 정 총리 지명이 있었던 날이다. 여기에는 정 총리 지명자 프로필과 역대 전북출신 총리 현황을 적었다. 제5공화국과 김영삼.노무현 정부에 이르는 6명의 총리(서리) 이름을 썼고 그 가운데 이한기 전 총리서리를 '고창'출신으로 못 박았다.

이 총리서리가 태어났다는 고창군 무장면에 확인 결과 해당 번지에는 이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출생 확인은 호주명과 본적지를 통해 할 수 있는 데, 두 방법 모두에서 진 씨 성의 15명만이 검색됐다.

반면 전남에서는 이한기 씨가 전남 담양군 창평면 장화리 장전마을 출생임을 확인해줬다. 자신을 이 씨의 지역 후배라고 밝힌 담양군청의 안 모(여)씨는 "이 씨 집성촌인 그 마을에는 이 씨의 생가가 있고 주변에 종택도 있다"고 말했다. 이 동네 이승담 이장은 이 씨 생가 주소지를 '장화리 1구 446번지'라고 밝혔다.

이 총리서리는 1987년 5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 및 은폐에 대한 책임으로 노신영 국무총리가 사임하자 국무총리 서리에 임명됐으나 같은 해 7월 6.29 선언에 따른 내각 개편으로 정식 국무총리가 되지 못하고 물러났다.  1995년 작고했다.

전북도청이 공유한 자료.

그런데 왜 이 씨가 전북인으로 계속 회자되었을까. 문제는 국무조정실 홈페이지에 기인한다. 국무총리비서실은 홈페이지 '역대총리소개'에 제1공화국 제 1대 이범석 총리부터 박근혜 정부 제 44대 황교안 총리까지 당사자의 본적지와 프로필을 빼곡하게 적어 놨다.

하지만 여기에서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고창 무장 출신의 진의종 총리와 문제의 이한기 총리서리 본적지가 같은 것. 이 곳에 두 사람의 본적지를 '전라북도 고창군 무장면 무장리 260번지'로 적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실 홈페이지의 오류다.

이 때문에 모든 언론이 이한기 총리서리를 고창출신으로 잘 못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북도청 마저 이 총리서리를 고창출신으로 확정하고 자료를 생산해 낸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였다. 고창군 관계자도 "이 씨를 고창출신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이같은 촌극은 피할 수 있었다. 주요 포털 사이트 인물 검색에 '이한기'를 입력하면 출생지가 전남 담양으로 표기돼 있고 국무조정실을 통해 역대총리 본적을 확인하면 출생지를 의심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리는 총리가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서리를 '조직에서 결원이 생겼을 때, 그 직무를 대리함.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적었다. 그런데도 서리 직위를 총리로 확대하고 더욱이 확인을 게을리 한채 전북인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뿌리 깊은 지역연고 정책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북도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지난 17일 송하진 지사는 정 지명자 축하 방문 자리에서 "내각도 안정감 있게 이끄실 것이다”면서 "전북 출신으로서 그동안 도정의 주요 현안에 대해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주셨는데, 앞으로도 전라북도의 든든한 지원자가 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국정을 통할하는 자리인 만큼, 전북을 표시나게 도와달라는 뜻이 아니라 장기계획 수립 때 전북패싱이 없도록 우산역할을 해달라는 소망으로 봐 줄 것을 당부했다.

전주=소인섭 기자 isso200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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