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선 회장 "선수영입 않겠다"…전북체육 어떻게 되살리나

입력 2020-02-04 18: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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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선 회장은 꿈나무 선수 육성에 관심이 크다.

[전주=쿠키뉴스] 소인섭 기자 = 전라북도체육회가 선수 '영입경쟁'보다는 '육성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과도한 전국체전 순위(메달) 경쟁도 사라질 지 주목된다.

정강선 회장은 4일 언론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전국체육대회)순위에 목을 매지 않겠다"면서 비싼 돈을 들여 타시도 선수를 영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민선 첫 회장의 이같은 의지 표명으로 실제 현장이 어떤 비전을 가질 지 관심을 끈다.

전북을 비롯한 시도체육회는 선수영입을 통해 순위를 끌어 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과도한 영입비는 다른 종목과 선수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비난을 샀던 게 사실이다.
실제 세계 대회와 아시아 대회에서 메달을 딴 전북출신을 전북체육회 소속으로 영입하거나 남게하려 했지만 억 대 몸값이 부담이 돼 여럿 놓쳤다. 영입경쟁에서 예산이 넉넉한 지자체에 밀리기 일쑤라는 것이 체육계 설명이다.

이처럼 시도가 다른 지역 우수 선수를 경쟁적으로 영입해 온 것은 순식간에 성적을 끌어 올리는 단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가대표인 전북출신 선수를 영입한 경남도체육회는 해당 종목에서 성적이 껑충 뛰는 효과를 거뒀다.

선수들 몸값도 덩달아 많이 뛰었다는 것이 체육계 전언이다. 재정이 어려운 시도는 갈수록 영입경쟁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영입을 통한 성적내기는 이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결과물이란 비판이 강하다. 선수 구성이 아니라 순위와 메달만 보는 정치권과 지자체, 일반인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
전북 체육계 A 씨는 "평소에는 '전국체전에 누가 관심을 보이냐', '우리가 직접 선수를 키우자'고 한다"면서 중기적으로 보면 체전 성적도 기대할 수 있으니까 선수 육성에 예산을 쓰자는 분위기란 것이다.

전북도체육회관.

하지만 전국체전이 끝나면 입장이 달라진단다. A 씨는 "성적표가 나오면 달라져,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고 전북도 예산을 깎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비난했다. 비슷한 시각인 의회와 행정, 일반 도민들의 합작품이란 푸념이다.

정강선 회장은 이같은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는다. 정 회장은 이날  "(체전을 위한)영입 대신 그 돈을 꿈나무 육성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체육회 관계자는 "꿈나무를 육성하고 대학과 일반팀도 만들어서 전북 선수를 많이 키우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 시각도 없지 않다.
도내 구기종목 감독 B 씨는 "선수 자체 수급이 어렵기 때문에 영입없이 팀을 구성하면 어떻게 성적을 내겠냐"면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당장 선수와 지도자, 도민 모두 사기가 떨어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꿈나무 육성은 당연하지만 학교장들이 학교운동부를 육성하지 않으려는 것도 문제 삼았다. B 씨는 "한 번에 하려 들지 말고 영입비를 점차 줄여나가는 단계적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민간 첫 회장의 조직개편 수위도 관심의 대상이다. 정 회장은 신임 도체육회 사무처장에 대해서는 오는 6일 열리는 총회 후 구상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합리적이고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전국을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인사를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도 전문체육인을 포함해 각계 지도자들로 구성할 수 있는데, 첫 구성에서 회장의 임원 구성권을 어디까지 행사할 지 주목된다. 다만 상임부회장 직제는 두지 않을 방침이다.
체육인과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TF팀 조직개편 등 얼개를 짜면 정 회장이 자신의 체육 철학에 맞게 조정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조직개편은 이사회 통과로 발효된다.

isso200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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