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좀 살려줘” 만만찮은 가정보육에 '진땀'…워킹맘은 미안함에 '눈물'

입력 2020-02-26 15: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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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좀 살려줘” 만만찮은 가정보육에 '진땀'…워킹맘은 미안함에 '눈물'

[대구=쿠키뉴스] 최재용 기자 =“유튜브 30분, TV시청 30분, 게임 30분…이게 뭐하는 건지”

7살, 8살 남매를 둔 주부 이모(40)씨는 요즘 들어 하루가 부쩍 길게만 느껴진다. 한창 활동량이 많은 어린 자녀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있으면서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침에 눈뜨면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낼지 답답하다”면서 “처음에는 쿠키도 만들고 피자도 같이 만들면서 즐겁게 보냈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제는 서로 예민해져서 조금만 신경을 건드리면 싸운다”고 하소연했다.

4살, 9살 형제를 둔 주부 한민영(38)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온라인쇼핑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있다. 주문 품목은 생필품이 아닌 아이들 장난감이나 만들기 재료들이다.

한씨는 “보드게임도 반나절 가지고 놀면 많이 가지고 논거다”면서 “하루 종일 TV를 틀어 줄 수도 없고 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외출을 자제하는 등 자발적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가정보육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관문을 굳게 닫았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놀아주기도 만만치 않다.

답답한 마음에 바깥나들이를 강행했다는 학부모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나들이는 대담하지 못했다.

김병태(36)씨는 “집 앞에 공원이 있어 사람이 없을 때 잠깐이라도 나가서 바람이라고 쇄고 오고 싶은데, 혹시나 나갔다가 감염이라도 되면 어쩌나 싶어서 포기했다”면서 “결국 차를 타고 팔공산이나 한바퀴 돌고 왔다”고 말했다.

그나마 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으면 다행이다. 상당수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운영이 멈추면서 맞벌이 워킹맘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지역 맘카페 ‘대구365’에 올라온 ‘워킹맘은 매일이 죄인입니다’이란 제목의 글은 많은 누리꾼들의 눈물을 훔치게 했다.

5살 된 첫째와 뱃속에 36주된 둘째를 품고 있다는 이 회원은 “첫째가 ‘엄마 오늘도 내 친구들은 안 왔어. 나쁜 세균 때문에 안온데’라고 말하는데 애들이 무슨 죄인지 모르겠다”면서 “밤마다 유치원에 ‘긴급보육’을 신청하는 문자를 보내는데 애한테도 어린이집에도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워킹맘도 이 카페에 “회사에 우선 3일만 쉰다고 말했는데 3일로 끝날 일이 아닌 거 같다”면서 “마음 같아서는 당장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지만 집안 사정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다”고 했다.

지역 맘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와 간식 레시피들이 공유되고 있다.

아이디 ‘PJS***’은 맘카페 ‘맘스홀릭’에 “집에 쓰지 않은 아이섀도우나 커피, 네일 등으로 도화지에 색칠놀이 하기, 나무젓가락으로 도형 만들기, 자투리 비누에 천연색소를 넣어 나만의 비누 만들기 등을 해보면 아이들이 즐거워 한다”며 “힘든 시기지만 어쩌면 아이와 함께 놀아 줄수 있는 시간이기도 한만큼 잘 견뎌보자”고 말했다.

gd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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