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친절한 쿡기자]

기사승인 2024-03-19 11: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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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친절한 쿡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동 한 빌라에 내걸린 모아타운 반대 현수막. 사진=임지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 예상지로 꼽히는 송파구 삼전동, 지난해 말 대상지로 선정된 강동구 둔촌동 곳곳에는 ‘생존권 침해하는 모아타운 결사반대’ ‘외부세력 배 불리는 모아타운 반대’ 등 스티커가 붙어있었습니다.

사실 재개발 이슈가 있는 곳은 늘 이웃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이 있었습니다. 어떤 지역은 신축 건물이 많이 들어서 개발의 필요성이 있을지 의문을 들지만, 어떤 지역은 개발이 절실하게 필요하기도 합니다. 주거지 노후도가 심각하거나 여름철 폭우가 쏟아지면 침수가 되는 그런 지역들 말입니다.

사실 모아타운만 보면 죄가 없습니다. 모아타운은 신·구 건축물이 혼재돼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로 묶어 소규모 재개발을 하는 사업입니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필요시 용도지역 상향과 층수 완화를 해주고 기반시설 자금도 지원받습니다. 정비계획 수립, 조합추진위 승인 등 절차가 생략돼 추진 기간도 보통 8~10년 걸리는 재개발보다 2~3년 단축됩니다.

때문에 일부 주택 소유주와 투자 목적으로 매물을 사들인 소유주들은 모아타운 추진을 찬성합니다. 모아타운을 주거 사다리로, 투자의 가치로 보는 것입니다. 서울 한 지역의 모아타운 추진위원장은 “모아주택은 노후 주택을 가진 서민이 아파트를 꿈꿀 수 있게 한 사다리 같은 것”이라며 “재개발로 정비가 되면 살기도 좋고 수익으로 이어진다. 당장 착공이 되는 것이 아니다. 분담금도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부담이 덜 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대지 지분이 큰 토지 등 소유자들은 반발합니다. 모아타운 예상지, 대상지역에서 만난 반대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으로 “현재 상태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토지 등 소유자 30%, 노후도 50%로 재개발에 비해 요건 문턱이 낮아 갭투기 등 부작용이 크고 사유재산 침해된다고 지적합니다. 고령의 한 노인은 “자식도 잘 찾아오지 않는데 임대 수입까지 없으면 어떻게 먹고 살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앞서 대상지 가운데 광진구 자양4동은 지난해 토지 등 소유자를 중심으로 모아타운 관리계획 수립 반대 의견이 커지면서 사업 해지 수순을 밟았습니다.

행복하고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모아타운이지만, 현재 갈등을 겪는 동네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둔촌동에서 만난 A씨는 직전까지 동네 이웃이었던 사이는 모아타운을 계기로 등을 돌린 사이가 됐다고 합니다. 삼전동에서 만난 B씨는 해가 지면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길거리에서 찬성(또는 반대)하는 이들로부터 “왜 반대(또는 찬성)하느냐”는 항의를 받은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이미 서울시는 “주민 갈등 및 투기 우려가 큰 지역의 경우 대상지 선정위원회 심의 시 선정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또 주민 갈등 중재를 위해서 그간 △공공관리 시범사업 △현장지원단 운영 △공모기준 강화 등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모아타운을 반대하는 연합 지역은 계속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갈등은 각 지역에 조합이 설립, 통과되는 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리 계획 수립 목적에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관리 지정된 이후 3년 이내 조합 설립 인가 신청이 안되는 경우 해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되더라도 반대 의견이 높아 3년 이내 조합 설립이 되지 않으면 심의를 거쳐 해제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미 대상지로 선정돼 모아타운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말합니다. “40~50%의 반대 서명을 받아 시·구청에 제출해도 검토 중이라는 말만 한다”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조합 설립까지) 3년을 왜 기다려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결국 모아타운 특성상, 성공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역할과 의지가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모아타운을 ‘찬성’하는 주민도, ‘반대’하는 주민도 “상대 측이 찬성(또는 반대)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에겐 집이 변하지 않는 안락한 쉼터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집은 투자를 위한 도구이자 자산을 늘리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복한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툼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80여곳이 넘는 곳을 선정하고 일부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에서 ‘싸우면 선정되지 않는다’ ‘오롯이 주민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시·자치구의 입장에 허탈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주민 찬반 의견 조율, 조합들 간 조율에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의 모습이 아닐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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