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플라스틱 먹어치우는 곤충 발견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 기대

입력 2020-07-15 11: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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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연구팀, 플라스틱 먹어치우는 곤충 발견
차형준 교수(오른쪽)와 우성욱씨가 플라스틱을 먹어치우는 곤충을 설명하고 있다. 포스텍 제공

[포항=쿠키뉴스] 성민규 기자 = 포스텍 연구팀이 플라스틱을 먹어치우는 곤충을 발견,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스텍에 따르면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 통합과정 우성욱씨 팀이 안동대학교 송인택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딱정벌레목의 곤충인 '산맴돌이거저리(학명 Plesiophthalmus davidis)' 유충이 분해가 까다로운 폴리스타이렌(polystyrene)을 생분해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2017년까지 지구상에서 발생된 플라스틱 쓰레기 83억t 중 9% 이하만이 재활용됐다.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의 6% 정도를 차지하는 폴리스타이렌은 특이한 분자 구조 때문에 분해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이 폴리스타이렌을 먹어 질량을 줄일 수 있고 소화 후 폴리스타이렌의 분자량이 낮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또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에서 장내 균총을 분리, 폴리스타이렌을 산화시키고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산맴돌이거저리 유충 장내에서 세라티아(serratia)를 분리, 동정(同定)했다.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에게 폴리스타이렌을 2주간 먹였을 때 장내 균총 구성에서 그 비율이 6배로 늘어나 전체 균들의 33%를 차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이하게도 이런 장내 균총의 경우 일반적인 곤충과 다르게 매우 간단한 종 군집(6속 이하)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전까지 발견된 폴리스타이렌 분해 곤충은 배설물에서도 잔여 폴리스타이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속해서 분해가 가능한 박테리아를 이용해야만 폴리스타이렌을 완전히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의 '독특한 식성'은 지금까지 알려진 곤충 뿐 아니라 거저리과나 썩은 나무를 섭식하는 곤충들이 폴리스타이렌을 분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의 간단한 장내 균총 구성과 장내 균총 내에 폴리스타이렌 분해 균주를 이용해 이전까지 진행할 수 없었던 균총을 이용한 폴리스타이렌의 효과적인 분해 기술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제1저자인 우성욱씨가 대학에 입학 동시에 차형준 교수를 찾아가 지도를 받으며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곤충'을 활용한 연구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교신저자인 차형준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 산맴돌이거저리 유충과 장내 균총이 플라스틱을 완전 생분해할 수 있는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며 "이 연구에서처럼 분리·동정한 플라스틱 분해 박테리아를 이용하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응용·환경미생물 분야 권위지인 '응용·환경미생물학(Applied and Environmental Mircobiology)'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용어설명

1. 세라티아(serratia)=장내 세균의 한 속. 그람 음성의 혐기성 세균.

2. 동정(同定)=화학적 분석, 측정을 통해 해당 물질이 다른 물질과 동일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 또는 그 물질의 소속과 명칭을 정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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