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희롱 예방 교육, 직급 구분 없이 ‘집합교육’으로 진행

여가부 현장점검 결과 발표… 피해자 관점에서 시스템 개선해야

기사승인 2020-07-30 12: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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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희롱 예방 교육, 직급 구분 없이 ‘집합교육’으로 진행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서울시가 그동안 직급 구분 없이 집합교육·대형강의 중심으로 성희롱‧성폭력 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 현장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점검 항목은 ▲피해자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근무여건 조성 여부▲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근거한 2차 피해 정의 및 유형에 대한 인식교육과 방지대책 마련 여부 ▲피해자 관점에서의 사건처리절차 및 고충처리 시스템 운영현황 ▲고위직 등의 성희롱 예방교육 실태 ▲세대차·성차에 따른 조직 내 소통방식 등이다.

고위직 등의 성희롱 예방교육 실태

여가부 점검 결과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관련 교육은 직급을 구분하지 않고, 전체 직원 대상 집합교육·대형강의 중심으로 진행됐다. 여가부는 이 같은 교육 방식으로 인해 교육 취지와 목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여가부는 서울시가 고위직을 대상으로 맞춤형 특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교육은 위력에 대한 인지를 돕고, 성인지 감수성을 제고하는 내용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예방교육에서는 조직 내에 어떤 시스템이 마련됐는지 안내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충처리 시스템, 피해자 보호 대책, 가해자 처벌 등을 조직 구성원들이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가부는 고위직 및 교육 이수율이 낮은 부서에 대한 특별 관리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근무여건 조성

여가부는 서울시가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보호·지원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서울시에 피해자의 익명성을 보장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피해자 고충상담 및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조력자를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제안에 포함됐다. 피해자가 인사 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할 계획도 조속히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3조제3호에 근거한 2차 피해 정의 및 유형에 대한 인식교육과 방지대책도 수립해야 한다고 여가부는 덧붙였다.

서울시는 최근 2회에 걸쳐 전 직원에게 2차 피해 주의 공문을 배포했다. 그러나 여가부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차 가해에 대한 징계기준을 마련하고, 무관용 원칙에 대한 기관의 의지를 표명하는 등 피해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건처리절차 및 고충처리 시스템 개선

여가부는 서울시가 사건처리 절차와 고충처리 시스템을 피해자 관점에서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점검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층적인 신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조사‧징계 절차가 복잡하고, 가해자 징계까지 긴 시간이 소요됐다.

사건처리에 관여하는 담당 부서가 많아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있다. 이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의 현행 시스템으로는 피해자 보호조치를 종합적으로 실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여가부의 분석이다.

여가부는 피해자의 접근성이 높고,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피해자 지원 및 2차 피해 방지, 사후 모니터링, 통계관리 등 전체 사건처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서울시 내부 고충상담창구 외에도 외부 상담·신고기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지난 2018년, 2019년의 서울시의 성희롱 고충상담원 약 70%가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내부 창구로는 피해자보호 및 사건처리에 한계 있다는 것이 여가부의 판단이다.

세대차, 성차에 따른 조직 내 소통방식 개선

서울시는 직급에 따라 인권 및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인식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여가부는 서울시가 20~30대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조직 내 세대차, 성차를 긴급 진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단 결과를 기반으로 개선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여가부는 지난 28일과 29일 양성평등기본법 제31조 및 동법 시행령 제20조에 근거해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를 현장점검했다. 여가부 현장점검 담당 책임자와 20·30 성인지 정책 담당자, 법률·노무·상담 전문가 등이 점검 절차에 참여했다.  

점검은 서면자료 확인과 심층면담 방식으로 실시됐다. 여가부가 확인한 서면자료는 ▲고충심의위원회 접수 및 처리현황 ▲최근 3년간 고충상담 접수현황 ▲2013년부터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 처리현황 등이다. 심층면담 대상은 ▲인사담당자 ▲고충상담 업무담당자 ▲노조추천 직원 ▲20‧30대 직원 등이다. 

여가부는 점검 결과 마련한 제안사항을 서울시 재발방지대책에 반영해 제출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추후 ▲전문가 회의 ▲20·30대 간담회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등을 통해 지자체장 사건처리 방안과 폭력예방교육 실효성을 제고할 전략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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