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하십니까] “대통령님, 사람이 먼저죠?” 부산 지하차도 희생자 유족 청원

기사승인 2020-07-30 1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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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하십니까] “대통령님, 사람이 먼저죠?” 부산 지하차도 희생자 유족 청원
23~24일 부산에 내린 비로 초량 제1 지하차도가 침수했다. 소방본부 제공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부산시내에서 3명이 익사했습니다. 대통령님도 아시는 길일 겁니다”

부산 지하차도 침수 희생자의 유족이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을 비판하는 청원을 올렸습니다.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대통령님! 사람이 먼저죠? 맞죠?”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습니다.

청원자는 본인을 지난 23일 호우 당시 침수 사고로 숨진 20대 여성의 삼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부산이 하루아침에 세워진 도시가 아닌데 도시 한 가운데서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고 호소했습니다.

부산시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부산시당 등을 접촉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있었습니다. 청원자는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민주당 부산시당과 면담한 녹취를 갖고 있다”며 “들어보시면 지금 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23일 부산에는 시간당 80㎜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부산시내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안타까운 사망사고도 있었습니다. 부산역 인근에 위치한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50·50대 남성 2명과 20대 여성 등 3명이 숨졌습니다. 지하차도에서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며 차량 7대가 잠긴 사고였습니다. 9명은 빠져나오거나 구조됐으나 희생자들은 미처 대피하지 못했습니다. 소방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지하차도에는 2.5m 높이까지 물이 들어찬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폭우로 인한 사고를 왜 대통령에게 청원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라는 것입니다. 일부 네티즌은 “비가 오는데 왜 위험한 지하차도에 들어갔느냐”며 희생자에게 책임을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참사는 ‘인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산시는 폭우가 예고됐음에도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도, 통행을 막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2월 침수 우려가 있는 지하차도를 위험도에 따라 통제하는 지침을 시행한다는 공문을 일선 지자체에 전달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죠.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고 당일 오후 8시에 호우경보가 떴지만 사고가 난 오후 9시30분까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난문자조차 제대로 오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부산시의 대응이 안일했다”고 질타했습니다.

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에도 부산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가 침수돼 당시 70대 할머니와 10대 손녀 등 2명이 숨졌습니다. 당시 배수펌프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부산시는 이후 침수 사고 예방을 위해 대책을 마련했으나 비슷한 인명피해가 이번에도 반복됐습니다.

참사를 되풀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희생을 겪어왔습니다.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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