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국가 맞나요”…‘일사천리’ 공수처법 처리에 싸늘한 20대

기사승인 2020-12-17 0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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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 맞나요”…‘일사천리’ 공수처법 처리에 싸늘한 20대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련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강하게 충돌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20대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야당 거부권 박탈’을 주요 골자로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해당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따라서 야당이 추천한 추천위원 2명이 후보 선정에 찬성하지 않아도 의결을 할 수 있게 돼 야당 측의 거부권이 사실상 박탈된 것이다.

야당은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진행하면서까지 공수처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빠른 속도로 법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일사천리’ 공수처법 처리를 바라보는 20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들은 여당의 ‘밀어붙이기’가 정당한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서울 모 사립대학에 재학중인 박모(23·여)씨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사안인 만큼 토론과 협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무작정 밀어붙이는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과연 이렇게 통과된 법이 얼마나 표용력과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대학생 김모(25)씨는 “야당의 거부권이 공수처의 ‘안전장치’라고 했으면서 이제 와 말을 바꾸고 숫자를 이용해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협치나 민주적 토론이 지닌 가치를 저버린 행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공수처 출범 시작부터 민주적 정신은 없어졌으며, 앞으로 공수처가 나아갈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는 법안 처리 시기를 비판하기도 했다. 대학생 이모(23·여)씨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세가 심각한 와중 공수처법을 통과시킨 정부를 보면 방역에는 소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정부는 지금 공수처 법안이 아닌 코로나19 방역 상황에 주력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공수처 자체의 필요성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 김모(25)씨는 “기존 조직의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조직을 창설하는 것은 정부 조직의 크기만 불려나가는 일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다른 대학생 정모(24·여)씨는 “검찰의 부패를 없애고 ‘제 식구 감싸기’가 없도록 하겠다는 등 도입 취지는 좋은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이행되면 공수처가 정치화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 비토(거부)권도 없는데다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변호사 또는 대학 교수 등이 공수처장이 된다면 그 성향과 입맛에 맞게 또 기소가 이루어질까봐, 또 정권에 맞게 이용될 수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공수처가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었다. 20대 조모(24·여)씨는 “비토권을 없앤 개정안 자체에 대해선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다만 공수처 출범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지지부진하게 미뤄져오던 공수처 출범으로 권력기관 개혁이 제대로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수처법은 의결 즉시 대통령 긴급 재가를 거쳐 곧바로 공포·시행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내에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heeran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