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차별금지법 반드시 제정할 것”…네덜란드·핀란드 대사와 대담

기사승인 2020-12-16 17: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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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차별금지법 반드시 제정할 것”…네덜란드·핀란드 대사와 대담
▲대담 중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뻬까 메쪼 주한 핀란드 대사. 사진=장혜영 의원실
[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 11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국가인 네덜란드·핀란드 대사를 만나 ‘차별과 혐오의 시대, 평등을 입법한 나라들’의 대담을 진행했다. 해당 대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차별과 혐오의 현상을 진단하고, 각 나라에서 차별금지법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제 사례를 정확하게 듣고자 마련한 자리다.

네덜란드와 핀란드는 헌법에 평등권을 보장하는 것과 더불어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다양한 법률을 제정한 국가다. 이러한 노력에 따라 각 나라에는 평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뿌리내렸고, 실제로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 등 다양한 평등 지표에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장혜영 의원과 함께 대담에 나선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와 뻬까 메쪼 주한 핀란드 대사는 차별금지법이 실제 일상에서 시민을 보호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대화를 주로 나눴다.

특히 두 대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등장한 차별로 공통적으로 ‘교육 차별’을 언급했다. 온라인 교육을 시작하면서 동등한 자원이 준비되지 못한 가정과 학생들이 차별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메쪼 대사는 “코로나는 어떤 어린이들이 교육에서 덜 평등하도록 만들었다”면서도 이들이 겪는 차별을 핀란드 정부가 부당한 차별로 규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차별은 사회적 환경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시민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혜영 “차별금지법 반드시 제정할 것”…네덜란드·핀란드 대사와 대담
▲장혜원 정의당 의원과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 사진=장혜영 의원실
네덜란드는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평등대우법(Equal Treatment Act)을 지난 199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해 네덜란드 국민은 종교·신념·정치적 견해·인종·성별·민족·성적지향·혼인여부 등으로 인한 차별에서 보호되고 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네덜란드는 종교·인종·젠더 등 다양한 소수집단이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평등대우법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 규칙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등대우법이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해소해나가기 위한 절차적 프로세스로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모두가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다른 종교와 태도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부당한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에 네덜란드 국민은 대부분 동의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는 차별을 해결하는 과정들이 균형을 이루며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평등대우법에 따라 모든 시에서 시민을 대상으로한 차별금지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우선 네덜란드 정부는 차별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며, 그 이후에는 항의나 조정·소송 등 다양한 절차들도 존재하고 시민들은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면 출생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오해에 대해서는 “네덜란드는 아주 양호한 출생률을 가지고 있다”면서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 금지가 출생률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어떠한 근거도 없다. ‘동성결혼을 할 수 없다면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말은 이상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네덜란드의 합계 출산율은 평균 1.59명(지난 2018년 기준)이다. 이는 한국의 0.98명보다 높으며, OECD 회원국의 평균인 1.65명에 근접한 수준이다.

핀란드 역시 오래전부터 차별금지법(Non-Discrimination Act)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지난 1986년에 입법한 바 있으며, 법에 근거하여 각종 차별 행위에 대응하도록 하는 ‘반차별 옴부즈만’을 운영하고 있다. 메쪼 대사는 “실제로 선거 중에 한 정당의 청년조직이 특정 종류의 사람들을 배제하는 내용을 선거 메시지로 사용하자, 반차별 옴부즈만은 이 사건을 조사하여 실제로 차별이 발생했다는 것을 발견한 뒤 정부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절차를 진행했다”고 소개하며 차별금지법에 따라 정부는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밝혔다.

이어 메쪼 대사는 차별금지법이 처음 논의되던 지난 1980년대 당시에는 고용주 단체의 우려가 있었다며 핀란드 정부는 양 당사자, 즉 고용주를 대변하는 측과 노동자를 대변하는 측과 오랫동안 협의하는 과정을 겪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당사자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 차별금지법을 논의할 때 정부가 항상 중간에 있었다”며 차별금지법을 논의하는데 정부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8번의 개정을 거쳤다는 점을 들어 “새롭게 등장하는 차별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끝없는 작업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메쪼 대사는 산나 마린 총리의 이야기도 소개하며 “총리의 인생사가 곧 핀란드 평등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산나 마린 총리는 무지개(동성애) 가족 출신이자, 부유한 환경에서 양육되지는 못했으나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대사는 “핀란드에선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어떤 가능성이 주어졌든,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언급했다.

대담을 마친 장 의원은 “대담을 통해 차별금지법이 시민을 보호하고 사회적 대화를 제도화하는 법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며 “우리나라도 이제는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제정할 수 있도록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한편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준비하는 평등법이 발의를 앞두고 있다. 평등법이 발의되면 상임위 차원의 본격적인 입법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장 의원은 전망하고 있다.

‘차별과 혐오의 시대, 평등을 입법한 나라들’ 주한 외국대사관 대담은 1월 초 미국 대사관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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