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레코드’ 김종관 감독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었어요” [쿠키인터뷰]

이준범 / 기사승인 : 2021-11-10 06: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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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감독.   kt 시즌(seezn) 제공

배우가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아무런 설명도 없다. 그저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또 들어주며 서로가 서로에게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배우 신세경은 배우가 아닌 인간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서울 서촌 여러 장소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다큐멘터리 영화 ‘어나더 레코드’가 담아내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조금 가까워진다. 언뜻 배우의 화보 영상 같았던 인상은 갈수록 흐려지고 영화에 빠져든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김종관 감독은 ‘행복’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감독은 ‘어나더 레코드’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영화 속에 드러내지 않고 내내 마음속에 품고 있던 눈치다. 처음 연출해본 다큐멘터리를 OTT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한 건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은 용기에서 비롯됐다. 배우 신세경을 만나 느낀 생각들과 익숙한 장소에서 촬영해야 했던 이유들도 털어놨다.


- ‘어나더 레코드’는 어떤 영화인가요.

“‘어나더 레코드’는 신세경 배우가 낯선 사람 만나서 질문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제가 관찰하는 영화예요. 서로 낯선 사람들끼리 깊은 대화를 하고 행복의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현재 행복도 놓치지 않고,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지 치열하게 고민하죠. 전에 제 영화 ‘최악의 하루’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은희(한예리)가 과거 자신과 얽힌 사람들과의 관계에선 솔직하지 못하지만, 그날 처음 만난 언어도 안 통하는 일본 소설가와 짧지만 깊은 소통을 하게 되죠. 서로가 잘 아는 사이의 소통도 있지만, 서로 공통점이 있는 낯선 사람과 재밌는 생각을 하고 이면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도 좋아해요. 평범한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매력이 있잖아요. 관객들이 재밌고 즐겁게 봐야하기 때문에 전체 구성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김종관 감독.   kt 시즌(seezn) 제공

- 왜 신세경 배우여야 했나요.

“배우의 매력이 중요했어요. 신세경 배우의 이미지나 연기 스타일도 좋아하지만. 인터뷰나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삶의 모습과 가치관에서 매력을 많이 느꼈죠. 연기를 하거나 영화 연출을 하면, 강박적인 삶에 지배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적인 성장과 성취를 위해 삶에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중요한 걸 놓치거든요. 신세경 배우는 일도 열심히 하면서 현재 행복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저한테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영화안에서 소개되는, 서촌에 흘러 들어온 사람들도 비슷한 치열함을 경험하고 현재 행복을 고민하는 사람들이거든요. 미래에 내가 가질 수 있을지 모르는 행복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보다, 도전적인 모험하는 사람들을 조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죠. 제가 처음 신세경 배우에 대해 가진 선입견이 인터뷰를 하고 영화를 찍으면서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이런 노력을 하고, 이렇게 삶에 균형을 맞추고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구나 하는 걸 더 잘 알게 됐어요.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도 얻어 가면 좋겠습니다.”


- 왜 서촌이어야 했나요.

“서촌은 제 영화에 많이 나오는 공간이고, 제가 10년 정도 거주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해요. 다큐멘터리면서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콘셉트가 저한테는 굉장히 낯선 도전이었어요. 그래서 믿을 곳이 필요했죠. 낯선 환경이니까 잘 아는 걸 가지고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서촌은 제가 많이 관찰한 공간이고, 픽션에서 다뤄본 공간이에요. 또 거주하면서 삶에 위로받은 좋은 이웃을 만난 공간이기도 하고요. 제가 했던 좋은 경험과 인연들이 신세경 배우와 묘한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두 가지를 잘 이어서 재밌는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다큐멘터리를 처음 연출한 소감이 어떤가요.

“제가 극 영화를 찍을 때도 시나리오에 지문 묘사를 성실히 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현장 변화에 적응하게끔 여유를 두는 편이었죠. 다큐멘터리도 큰 얼개와 흐름을 정해놓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가야할지는 모르는 거였어요. 어떤 목소리가 나올지 현장에서 찾아내야 했고, 편집하면서 어떤 부분에 집중할지 선택해야 하는지 디테일을 맞추는 식으로 작업했어요. 아주 추상적인 형태에서 구체적인 윤곽을 잡아나가는 식이었죠. 다른 여러 가지를 해봤지만 그것과 비교해도 새로운 도전인 건 맞아요. 창작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배웠죠. 극 영화를 할 때 2~3가지를 배웠으면, 이번엔 20개 정도 배운 것 같아요. 만나서 사람들의 여러 얘기를 듣는 자체가 창작자로서 다른 얘기를 할 때 영향을 받겠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도 강박적인 삶을 내려놓고 행복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기도 했고요. 내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어요.”


- 극장 개봉이 아닌 OTT로 공개되는 작품이에요.

“저 스스로 창작자로서 솔직할 수 있다면, 여러 도전을 해보는 편이에요. 전시에 상영되는 영화를 찍기도 했고, 넷플릭스나 유튜브 영화를 찍기도 했어요. 다양한 매체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걸 스스로 즐기는 것 같아요. 거기서 새로운 것들에 대해 깨닫는 것도 많고요. 색보정을 할때 극장용 영화는 불 꺼진 극장 같은 공간에서 색을 봐요. ‘어나더 레코드’를 작업할 때는 환한 공간에서 적당히 작은 모니터에서 색을 체크하죠. 스트레스 많은 외부 환경에서도 소리가 잘 들릴 수 있는지 확인하고요. 늘 고민하면서 새롭게 배우는 게 재미있어요.”


- 감독님에게 사람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나더 레코드’를 하면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전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영화를 만들어요.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는 만들지 않았어요. 두 사람도 영화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혼자는 어렵지만, 두 사람이 나오면 관계성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죠. 이번 작업을 하면서도 사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외로운 존재처럼 있지만, 서로 소통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창작자로서 사람에 대한 시선을 갖고 싶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많이 들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