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블핑본색’…블랙핑크 콘서트 [쿡리뷰]

기사승인 2022-10-16 19: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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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블핑본색’…블랙핑크 콘서트 [쿡리뷰]
두 번째 월드투어를 시작하는 그룹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자, 오늘 밤이야 / 난 독을 품은 꽃 / 네 혼을 뺏은 다음…” 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가 중저음 목소리로 이렇게 노래하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신비로울 정도로 화려하고 치명적일 만큼 강렬한 블랙핑크의 매력이 관객을 홀려서다. “‘핑크 베놈’(Pink Venom)은 블랙핑크 그 자체인 노래”라던 멤버들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1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 ‘본 핑크’(Born Pink)는 제목 그대로 블랙핑크의 본색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무대 뒤편에 넓게 펼쳐진 LED 화면으로 매혹적인 정원이 나타났다. 지난 9일 종영한 tvN ‘작은 아씨들’ 속 원상아(엄지원)의 비밀정원이 실재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분홍색 의상을 차려입은 네 멤버가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을 부르기 시작하자, 객석 전체가 화면 속 푸른 정원으로 변했다. 관객들이 든 응원봉이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발광하며 장관을 이뤘다.

“오늘은 신나게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오니 긴장되네요.” 리사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노래가 시작되면 스웨그(Swag)를 뽐내며 무대를 누볐다. 지수는 “약 4년 만에 여는 월드투어를 서울에서 시작할 수 있어 기쁘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에너지를 받아갈 수 있도록 다함께 뛰며 즐겨 달라”고 외쳤다. 블랙핑크는 이날 ‘셧 다운’(Shut Down), ‘핑크 베놈’ 등 정규 2집 수록곡과 히트곡 ‘뚜두뚜두’,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 등을 엮어 2시간30분을 채웠다.

이것이 ‘블핑본색’…블랙핑크 콘서트 [쿡리뷰]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미국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트 페스티벌와 음악 시상식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 등 국제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결과일까. 활동 연차에 비해 공연 횟수는 적지만, 무대 위 블랙핑크는 여유가 넘쳤다. 멤버들 중 유일하게 솔로곡을 내지 않은 지수는 팝스타 카밀라 카베요의 ‘라이어’(Liar)를 커버해 환호 받았다. 로제는 ‘하드 투 러브’(Hard to Love)와 ‘온 더 그라운드’(On The Ground)를 부르며 록스타 같은 면모를 보여줬고, 리사는 글로벌 역주행곡 ‘머니’(MONEY) 무대에서 고난도 폴댄스를 선보였다. 제니는 미발표 솔로곡을 깜짝 공개했다. ‘세상 그 어떤 것도 네가 주는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없다’며 사랑을 속삭이는 영어곡이었다. 제니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준비한 노래”라고 소개했다.

다른 K팝 콘서트에서 보기 어려웠던 과감한 연출도 돋보였다. 무대 천장에 설치한 브이(V)자 조명으로 입체감을 더하고, 바닥에 설치된 브이자 보조무대는 때때로 사선으로 몸을 일으키며 웅장한 느낌을 줬다. 블랙핑크가 지난달 발매한 정규 2집 표지 속 분홍 송곳니를 형상화한 오브제로 보인다. 관객도 미술의 일부가 됐다. LED 화면에 흐르는 영상과 비슷한 톤으로 응원봉이 물들인 연출 덕분이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은 “레이디 가가,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공연을 탄생시켰던 스태프들과 베테랑 한국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고품격 무대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전날부터 이틀 간 공연하며 2만여 관객을 만난 블랙핑크는 북미로 발길을 옮겨 공연을 이어간다. 미국과 캐나다 등 7개 도시에서 14회에 걸쳐 공연한 뒤,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유럽 7개 도시에서도 현지 팬들을 만난다. 내년부터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서 공연을 열며 총 150만 관객을 동원할 전망이다. 멤버들은 “블랙핑크로 무대에 서는 걸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활동을) 쉬는 동안 깨달았다. 그래서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다”며 “분홍색 바다로 공연장을 꾸며준 블링크(블랙핑크 팬덤)에게 고맙다. 오래오래 함께하자”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