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미래, 굳은 믿음이 중요하죠” [꺾이지 않는 청춘①]

이마트24 부천소사타운점 청년 점장 인터뷰

기사승인 2022-12-13 1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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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30 청년들의 삶은 고달프다. 급등하는 물가와 취업 한파는 청년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힘든 시기에도 꺾이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청년들이 있다. 쿠키뉴스가 생계형 알바 시장에 뛰어든 2030 열혈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주>

“불안한 미래, 굳은 믿음이 중요하죠” [꺾이지 않는 청춘①]
이마트24 부천소사타운점 점장 구지현(가명)씨. 사진=본인 제공

‘호텔리어’가 꿈인 평범한 대학생

구지현(가명·21)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알바를 시작했다. 웨딩홀을 비롯해 돈가스집, 고깃집, 피자집, 초밥집까지 안해 본 알바를 손에 꼽을 정도다. 알바 경력만 6년 차다. 

구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부모님께 용돈을 받지 않았어요. 내 용돈은 스스로 벌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알바에 뛰어들었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지만 여유롭지 않은 가정환경의 영향도 컸던 것 같아요.”

21살의 어린 나이지만 ‘호텔리어’라는 꿈은 확고했다. 다양한 알바 경험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단다. 

“일찍 적성을 찾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봉사를 통해 남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나면 뿌듯하더라고요. 사람 대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서비스 직종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서빙 알바를 하면서 사람 대하는 법도 배웠고, 지금 하는 편의점 일도 서비스 쪽이라 재밌어요. 알바를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났는데 그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고요.”

구씨는 현재 서울 소재 모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호텔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호텔로 취업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호텔이나 관광 전공 과목은 물론 그 외 서비스 관련 자격증도 따려고 준비 중이에요. 특히 호텔 쪽은 식음료도 빠질 수 없어서 F&B 자격증도 알아보고 있고요. 그래야 취업할 때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을 수 있으니까요.”

“불안한 미래, 굳은 믿음이 중요하죠” [꺾이지 않는 청춘①]
이마트24 부천소사타운점.

21살 청년 점장, 편의점 운영도 척척 

대학생 구씨의 또다른 직함은 ‘편의점 점장’이다. 그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바로 편의점으로 향한다. 구씨는 올해 5월부터 경기도 부천 내에서 편의점 ‘이마트24’를 운영하고 있다.

학업과 편의점 업무를 병행하는 탓에 개인 시간도 없다. 대학교 2학년, 또래 친구들과 한창 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욕심은 내려놓은지 오래다. 구씨에게는 먹고 사는 문제가 더 크다. 구씨가 점장으로 있는 편의점은 어머니가 편의점 점주(경영주)인 소위 ‘가족장사’다.

“편의점 알바를 6개월 정도 해본 경험은 있지만 매장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건 처음이에요. 이것저것 신경 쓸 것도, 해야할 일도 태산이지만 노는 걸 포기하고 (어머니를) 도와드리려 하고 있어요.”

일반 대학생들처럼 한창 스펙을 쌓을 시기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어요. 일을 하다 보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내기가 어렵죠. 시험기간이 제일 문제에요. 카운터를 보면서 손님 응대를 하고, 틈틈히 공부하고 하는데 제대로 집중해서 할 수도 없고요.”

‘가족장사’를 하다보니 가족 간 불협화음도 발생한다. 점주인 어머니와의 의견 충돌도 부지기수다.

“예전 알바할 시절에는 사장님 말이라면 무조건 곧이곧대로 들었지만 지금은 운영하는 입장이라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가족끼리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요. 밥줄이 걸린 문제니까요.”

편의점에서 구씨가 하는 일은 계산대에서 바코드만 찍는 게 다가 아니다. 늦은 오후 출근하면 청소부터 시작해 틈틈이 편의점 창고 정리를 한다. 물건 발주도 넣어야 하고, 매달 바뀌는 1+1, 2+1 행사도 챙겨야 한다. 일일히 가격표를 바꿔 꼽는 것도 일이다.

“불안한 미래, 굳은 믿음이 중요하죠” [꺾이지 않는 청춘①]
알바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업무량과 강도가 늘어난 건 맞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차 적응이 돼 갔다. 하지만 점장으로서 느끼는 심적 부담감은 알바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구씨는 알바생 관리도 직접하고 있다. 얼마 전 채용 공고를 내 면접을 보고 알바생을 채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년 치솟는 인건비 탓에 알바생을 고용하는 것도 문제다. 인건비가 감당이 안돼 구씨와 어머니가 번갈아 가며 근무를 서고 있는 상황이다.

주말에는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후 1시까지 편의점을 지킨다. 새벽에 일을 하다 보면 예측할 수 없는 진상 손님도 상대해야 한다. 가령 술을 외상해 달라거나 밤에 들어와서 택시를 불러달라는 경우다.

퇴근해 눈을 붙이고 밤에 다시 근무하러 나온다. 20대 청춘이라지만 계속되는 밤샘에 생활 패턴이 깨지기 일쑤다. 그래도 구씨는 “괜찮다”며 웃는다. 

“처음부터 쉽진 않았어요. 경기도 좋지 않은데다 아무래도 가족 장사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더라고요. 현재 평일 알바생 한 명도 일주일에 2~3번 3시간 씩만 고용하고 있어요. 일주일을 넘기면 주휴수당이 걸리더라고요.”

구씨는 요즘 알바생 구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알바생 입장에선 돈 벌려고 일을 하는데 근무 시간이 짧아 이를 꺼린다는 것이다. 알바생은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고 점주들은 알바생을 못 구해 서로서로 힘든 상황이란다. 

“불안한 미래, 굳은 믿음이 중요하죠” [꺾이지 않는 청춘①]
이마트24 부천소사타운점.
현실에 굴하지 않는 당찬 20대

현재 구씨의 한달 월급은 최저임금보다 적은 수준이다. 가족 경영이다 보니 돈을 벌기보단 열정 페이에 가깝다. 여기에 월급의 일부분은 생활비에 보탠다고 했다. 큰 불만은 없다는 구씨는 “돈보단 경험이죠. 이때 아니면 언제 하겠어요. 일종의 책임감이 생겼나 봐요”라며 웃었다.

한차례 위기도 찾아왔다. 편의점을 오픈하기 전 구씨네 가족은 개인 카페도 운영했다. 호기롭게 도전장을 던진 것과는 달리 리스크는 컸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도 아닌 일반 개인 카페라 영업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었다. 

“개인 카페의 경우 매출이 들쑥날쑥하고 불안정해서 돈벌이가 안됐어요. 1년도 채 안 돼 문을 닫게 됐죠. 그래도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구씨는 매사 긍정적이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미래가 불안한 청춘이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굳게 믿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구씨가 본인과 같은 20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  

“지금 하는 일이 잘 안풀리고 힘든 부분이 많을지언정 내가 잘하고 싶은 의심이 들면 불안해지거든요. 불안은 무시하고 자신을 더 믿었으면 좋겠어요. 잘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식으로요. 어떤 경험이든 얻지 않는 건 없어요. 그 경험을 토대로 자기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봐요. 저같은 청춘들이 스스로를 믿고 겁내지 말고 당당히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