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외딴 성’ 너와 나, 우리가 전하는 위로 [쿡리뷰]

기사승인 2023-04-12 17: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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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너와 나, 우리가 전하는 위로 [쿡리뷰]
영화 ‘거울 속 외딴 성’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새 학기를 맞은 5월, 중학교 1학년 코코로는 학교에 가질 못한다. 어머니는 그가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히는 못 가는 처지다. 같은 반 친구 사나다가 이유 없이 그를 괴롭혀서다.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길 수 일째, 어느 날 방에 있던 거울이 코코로를 부르기 시작한다. 코코로를 부른 건 늑대 가면을 쓴 수상쩍은 소녀다. 그는 거울 속 외딴 성에 모인 일곱 아이들에게 내년 3월30일 전까지 소원의 방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으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이들의 소원은 무엇일까. 과연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12일 개봉한 영화 ‘거울 속 외딴 성’(감독 하라 케이이치)은 코코로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거울 속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로 범위를 넓힌다. 아이들은 서로를 낯설어하던 것도 잠시, 금세 마음의 거리를 좁힌다. 급우에게 상처받은 코코로는 또래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지만, 아이들의 환대를 받으며 조금씩 용기를 낸다. 이들 모두 저마다 사연과 상처가 있다. 아이들은 성 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점차 가까워지지만, 학교생활만큼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다들 짐작만 할 뿐 상처를 들추지 않지만, 조용히 각자가 가졌을 아픔을 짐작한다. 

‘거울 속 외딴 성’ 너와 나, 우리가 전하는 위로 [쿡리뷰]
‘거울 속 외딴 성’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거울 속 외딴 성’은 현실 속 외딴섬에 갇힌 아이들을 하나씩 비춘다. 이들이 급우들과 섞이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거부당하는 자의 아픔을 아는 이들은 비현실적인 외딴 성에 모여서야 행복을 찾는다. 이들을 결속시키는 건 유대감이다. 아이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는 성을 꾸준히 찾는다. “동사무소 같은 시간대”라고 자조하지만, 이들 모두는 안다. 외딴 성은 학교 수업이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만 열린다는 걸. 학교가 아닌 거울 속 세상으로 등교하는 이들은 서로 소통하며 자신을 돌아본다. 외면했던 취미에 도전하고, 제쳐뒀던 꿈을 탐색한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 뭉친 이들은 어느샌가 소원 대신 모두와 함께인 생활에 빠져든다. 소원을 이루면 이곳에서 기억을 잃는다는 늑대 가면 소녀의 말에 아이들이 눈에 띄게 동요하는 건 그래서다. 코코로는 소원을 포기하더라도 모두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어 눈물 흘린다. 

우연히 다가온 판타지는 쉽게 종말을 맞는다. 코코로와 아이들에게도 알을 깨야 하는 시기가 온다. 거울 속 외딴 성은 이들에게 새로운 우주가 됐지만, 언제까지고 거울 안에만 머물 수는 없다. 이 세계에서 탈피할 결심을 해야 한다. 아이들은 달라진다. 새로운 미래를 그리며 기꺼이 나아갈 준비를 마친다. 다른 누군가는 현실을 도피한 채 영원히 거울 속 세상에서 머물고 싶다. 일곱 아이들이 겪는 성장통이 조금씩 관객 마음을 두드릴 때면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세차게 달려간다. “넌 혼자가 아니야.” “고작해야 학교인데 절대지지 마. 나는 이제 싫은 건 싫다고 말해야겠어.” 거울 속 친구들로 인해 마음의 문을 연 코코로의 곁에는 수많은 위로와 용기가 모여든다. 너와 나에서 우리로, 그리하여 미래로 나아갈 힘을 얻는 코코로의 변화는 가슴 벅찬 감동으로 와닿는다.

감독을 맡은 하라 케이이치의 연출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명작 애니메이션으로 꼽히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어른 제국의 역습’을 비롯해 ‘버스데이 원더랜드’ 등에서 느꼈던 전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원작으로 삼은 동명 추리소설의 탄탄한 이야기와 반전 묘미를 즐기는 맛이 좋다. 거울 속 세상을 재현한 그림과 알록달록한 영상미는 볼거리다. 어린 시절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거울 속 세계를 둘러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상영관에 울려 퍼지는 OST는 영화가 주는 여운에 더욱 취하게 한다. 삭막한 삶에 뭉클한 감동을 심고 싶다면 제격인 영화다. 오랜만에 벅차오르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 시간 116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