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튀르키예 정상회담 빈손’… 푸틴 “요구 이행되면 곡물협정 재개”

기사승인 2023-09-05 07: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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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튀르키예 정상회담 빈손’… 푸틴 “요구 이행되면 곡물협정 재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회담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와 튀르키예 정상이 만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 문제를 논의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농산물에 대한 수출 제한 해제 등 요구사항이 모두 이행되기 전까지 협정을 재개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CNN·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자친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흑해곡물협정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모든 협의 내용이 이행되면 즉시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 흑해를 통해 곡물의 안전한 수출을 보장했던 협정으로,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 곡물뿐 아니라 러시아의 곡물·비료도 원활히 수출됐어야 하지만 협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지난 7월 협정을 파기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세계 곡물 시장도 불안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곡물협정을 중단함으로써 세계 식량 위기를 촉발했다는 서방의 주장이 틀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식량 부족은 없었다“며 곡물 거래는 중단됐지만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흑해곡물협정 재개 조건으로 서방이 △제재 완화 △농업 장비·부품 수입 재개 △은행·보험 서비스 연결 등을 요구해왔다.

국제 사회는 러시아가 협정을 재개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회담을 앞두고 안토디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협상 재개를 위해 일련의 구체적 제안이 담긴 서한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후 자신과 푸틴 대통령이 곧 기대에 부응할만한 곡물협정 관련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와 유엔은 협상 재개를 위해 러시아에 새로운 제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