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류승룡 “사람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9-26 17: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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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류승룡 “사람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 [쿠키인터뷰]
배우 류승룡.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하늘을 나는 김두식(조인성), 오감이 극도로 발달한 이미현(한효주), 괴력과 초스피드를 가진 이재만(김성균)…. 지난 20일 최종화를 공개한 디즈니+ ‘무빙’은 남한과 북한의 초능력자 대결을 그린다. 말 그대로 괴물 같은 인간들 속에서 가장 강한 존재는 누구일까. 신체 재생 능력자 장주원을 연기한 배우 류승룡은 뜻밖의 인물을 꼽았다. “지희(곽선영)가 제일 세요.” 황지희는 다방 직원으로 일하다 주원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사이. 별다른 초능력은 없다. 그런 지희가 세계관 최강자라니. 류승룡이 들려준 이유는 로맨틱했다. “저(주원)를 움직였잖아용.” 20부작 대장정을 마친 류승룡을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류승룡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초능력을 갖고 싶다”고 했다. 어쩌면 이 소망은 ‘무빙’을 통해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착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이기는 이야기”(강풀 작가)로 시청자에게 감동을 줬으니까. 류승룡은 “주원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며 “성인이 된 희수를 보며 ‘우리 딸 참 잘 컸네’라고 한 주원의 말이 ‘모두 잘 살고 있구나’라는 응원으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했다. 20년 넘게 대중 앞에 선 배우는 겸허했다. 총에 맞고 칼에 찔리고 차에 깔리는 장면을 찍으며 “흙범벅 물범벅 피범벅”이 되고도 “배우가 다치거나 힘들지 않도록 보살펴준 스태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무빙’ 류승룡 “사람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 [쿠키인터뷰]
‘무빙’ 촬영장 속 류승룡.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몸뚱이 하나만 믿고 깡패로 살다가 지희를 만나 인생이 뒤바뀐 장주원은 류승룡과 닮았다. 류승룡은 20대를 무명으로 보냈다. 극단에 소속돼 연극 무대에 올랐지만 벌이가 변변치 않았다. 제주도로 내려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다가 1990년대 후반 뮤지컬 ‘난타’ 공연을 들고 세계를 누비며 차츰 이름을 알렸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그의 젊은 시절 사진도 그 무렵 찍혔다. “그땐 길을 못 찾았어요. 바라는 것은 연기 하나뿐이었죠.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압력밥솥처럼 (내면에) 농축된 시절이었어요. 지금은 가족이 제일 중요해요. 주원과 비슷하죠. 가장이자 남편, 아빠로서 가족을 잘 지켜나가려는 마음이 가장 커요.”

관심사가 자신에서 타인으로 옮겨가면서 꿈도 바뀌었다. 류승룡은 “위로를 주고 공감을 얻는 배우가 싶다”고 했다. 그것이 “내가 받은 도움과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라서다. 요즘엔 그를 ‘아빠’로 불리는 팬이 늘었다고 한다.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 등에서 ‘딸 바보’ 역할을 자주 맡은 덕분이다. 1000만 영화만 네 편에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로 해외 시청자에게도 눈도장을 찍은 그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면 생각지도 못할 작품이 선물처럼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혹시 그가 말한 “선물 같은 작품” 속에 ‘무빙’ 후속 시즌도 있을까. 류승룡은 답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해야죠. (‘무빙’을 집필한) 강풀 작가를 가둬놔야 합니다. 하하하.”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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