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김신 “DMZ 아픔, ‘치유하는 빛’으로 위로되길”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10-28 06: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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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김신 “DMZ 아픔, ‘치유하는 빛’으로 위로되길” [쿠키인터뷰]
작곡가 김신. 사진=Anne-Laure Lechat, 김신

“전쟁과 분단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곡을 쓰고 싶었습니다.”

작곡가 김신(28)은 27일 쿠키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치유하는 빛’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DMZ를 소재로 한 클래식 위촉곡 ‘치유하는 빛’은 다음달 열리는 ‘DMZ 오픈 국제음악제’에서 공개되는 그의 신곡이다. ‘DMZ 오픈 페스티벌’ 총감독을 맡은 임미정 한세대 예술학부 교수의 제안으로 음악제에 참여하게 됐다.

분단국가 작곡가인 그에게 DMZ 의미는 남다르다. 김신은 “분쟁을 겪고 있는 세상 사람들을 위한 작곡가이자 그들의 아픔에 직접적으로 공감하는 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것은 평화와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작곡하는 거다. 제 음악이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겪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DMZ 오픈 국제음악제’에는 최근 국제콩쿠르에서 수상한 젊은 거장들을 초대됐다. 젊은 음악가들을 통해 미래의 음악이 평화를 위한 더 큰 역할을 하기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지난해 루마니아에서 열린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와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김신이 DMZ 위촉 곡 작업에 선뜻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임미정 교수는 향후 왕성하게 활동할 젊은 음악가들에게 평화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될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DMZ 오픈 국제음악제’에 참여하는 건 저뿐 아니라 평화가 절실히 필요한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신은 이전부터 음악을 통해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고자 하는 시도를 해왔다. 지난해 9월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콩쿠르 우승작이기도 한 그의 첫 번째 교향곡 ‘위로(Consolation)’이 대표적이다. ‘치유하는 빛’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쟁과 분단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 답은 ‘치유’였다.

작곡가 김신 “DMZ 아픔, ‘치유하는 빛’으로 위로되길” [쿠키인터뷰]
작곡가 김신. 사진=김신 제공

기대와 부담도 있었다. 김신은 “작곡가로서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청중”이라고 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청중들이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 질문은 ‘치유하는 빛’을 작곡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생각한 포인트였다. 그는 “평화와 치유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치유하는 빛’을 통해 많은 청중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책임감이 부담을 이겨냈다. 그리고 그를 더 강해지게 했다. 김신은 국제 콩쿠르 수상 이후 음악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동시에 책임감도 더 커졌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제 음악을 듣고 향유하며, 제가 걸어온 길을 따라 걷고자 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바른길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커졌다. 때로는 부담스럽지만 영광스러운 부담감으로 생각하고 감사히,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금 김신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주로 작품을 발표해 온 영국과 한국 외에 다양한 곳에서 연주 계획이 있어 바쁜 시기다. 그는 “독주곡, 실내악곡, 가곡, 합창곡, 관현악곡 등을 작곡하고 있다”라며 “곧 좋은 기회로 연주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나중엔 세계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작곡가이자, 지혜롭게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김신은 ‘DMZ 오픈 국제음악제’가 재능 있는 젊은 음악가들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기회의 장이 되길 바랐다. 그는 “저와 제 작품이 이번 음악제를 통해 더 널리 소개됐듯이, 훌륭한 실력과 빛나는 실적을 갖춘 많은 작곡가가 그들의 음악으로 평화를 노래하도록 앞으로 ‘DMZ 오픈 국제음악제’가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DMZ 오픈 국제음악제’는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관광공사가 주관하는 ‘DMZ 오픈 페스티벌’을 마무리하는 가장 큰 음악 행사로, 다음달 4~11일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린다. 지난 5월부터 다음 달까지 진행되는 ‘DMZ 오픈 페스티벌’은 DMZ의 생태·평화·역사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공연, 전시, 학술, 스포츠 등 다양한 행사를 경기 북부 DMZ 일원에서 개최하는 종합축제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작곡가 김신 “DMZ 아픔, ‘치유하는 빛’으로 위로되길” [쿠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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