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단어 : T [2023 연말결산]

기사승인 2023-12-24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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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하던 한 해가 끝나갑니다. 올해도 여러 콘텐츠가 빛을 봤습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비롯해 SBS ‘모범택시2’ 등 복수극 장르가 인기를 얻었죠. K팝 가수들의 빌보드 진격은 올해도 여전했습니다.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 MBTI와 관련한 ‘밈’도 돌았고요. 침체기에 빠졌던 극장가는 N차 관객에 힘입어 다시 일어설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올해 대중문화계를 대표하는 말들은 무엇일까요? 쿠키뉴스가 올해의 단어 네 가지를 꼽아 2023년을 돌아봅니다.


올해의 단어 : T [2023 연말결산]
그룹 르세라핌이 ‘T 포즈’를 취해 달라는 팬 요청에 응하고 있다. 위버스라이브 캡처

“너 T야?”

올해 1020세대는 만났다 하면 상대의 알파벳을 확인하느라 바빴다. 지난해 시작한 MBTI 열풍이 이어진 모습이다. 특히 T(Thinking·사고형)의 특징을 강조한 ‘밈’이 유행이었다. ‘T는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못 한다’는 낭설은 욕설과 T를 섞은 신조어 ‘T발놈’을 낳았다. 대화 분위기와 관계없이 사실만을 말하는 상대에겐 ‘너 T발 C야?’라고 묻기도 했다. ‘너 XX(비속어) T야?’를 비튼 말이다.

‘T발 C’ 밈은 지난 3월 코미디 전문 유튜브 채널에서 올린 페이크 다큐멘터리에서 시작했다. 영상에서 셀카를 찍던 주인공 여성이 PD에게 사진을 골라달라고 하자 PD는 “(입에서) 냄새날 것 같으니 입 닫은 게 낫지 않냐”고 답한다. 이때 여성이 하는 말이 “너 T야?”다.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너 T야?’로 밈으로 자리 잡았다. 배우 라미란은 웹예능 ‘살롱드립’에서 MBTI 질문을 받고 “나 T발 C”라고 답했다.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4의 ‘MZ오피스’ 코너와 tvN ‘코미디빅리그’ 에도 “너 T야?”가 대사로 등장했다.

T 유형은 흔히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오해를 받는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서다.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자신이나 타인의 감정에 관심을 둔 F(Feeling·감정형)와 대비된다. MBTI가 ISTP라는 김유진(32)씨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내 나름대로 반응했더니 공감을 안 해줘서 서운하다는 말이 돌아온 적 있다”며 “요즘엔 내 본심과 달라도 상대방 기분에 맞춰서 공감하는 대답을 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유명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 쿠키뉴스와 만난 배우 이진욱은 “나는 성격이 건조해도 유용한 사람이다. 위로는 못 해줘도 해결은 해줄 수 있다”며 웃었다.

E(Extroversion·외향형)와 I(Introversion·내향형) 등 여러 성격 유형 가운데 유독 T에 관한 ‘밈’이 많은 건 그만큼 젊은 세대가 공감에 목말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타인과 단절된 경험을 한 청년들이 타인과 감정적으로 연결되길 원한다는 진단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밀레니얼 등 이전 세대는 다름에 집중했다. 자신이 남들과 얼마나 다른지를 드러내고자 하는 성향이 강했다”면서 “반면 Z세대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강하게 보인다. 이전 세대보다 관계를 더 갈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관계를 통해서 자기 정체성을 찾고 이를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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