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視線] 아산시장 재판 관심 이젠 접어라

입력 2024-02-03 0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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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아산시장 박경귀’ 현수막이 아산시 간선도로의 육교 여러 곳에 걸렸다. 2일 순천향대 앞 육교, 호서웨딩프라자 부근 육교, 천안아산역 인근 육교 등에서 목격됐다. 오랜 기간 재판을 받던 시장은 이렇게 자신의 건재함을 시민에게 알리고 있었다.

한 달여 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신년인사 현수막을 시장 명의로 내걸 때도 의아했는데 이번엔 설 인사다. 20여 년간 천안·아산에 살면서 지자체 단체장 이름의 명절 인사 현수막은 본 적이 없었다.

국회의원·시의원 혹은 정치지망생 등이 해당 읍면동에나 붙이는 걸로 알았는데 의외였다. 게다가 아산시는 최근 불법현수막 근절을 강력하게 선언까지 했는데 시장 이름 현수막을 버젓이 붙이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조한필의 視線]  아산시장 재판 관심 이젠 접어라
2일 아산 신창면의 순천향대 앞 육교에 아산시장의 설 명절 인사 현수막이 결려있다. 아산시는 최근 불법현수막 근절을 선언한 바 있다.  조한필 기자

박경귀 아산시장은 지난달 25일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로 구사일생해, 시장직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소송 절차상 오류를 이유로 대전고법으로 하여금 다시 재판을 진행하게 했다. 1·2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무효 위기에 놓인 박 시장을 되살리는 판결이었다.

이 판결로 가장 혼란스러운 건 1800여 명 아산시 공무원들이다. 각 부서마다 새해 중점업무는 대법원 판결을 보고, 본격 추진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판결이 미묘하다. 고법 판결의 법리적 해석에 제동을 건 것이 아니라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았다. 마치 고법에서 다시 같은 판결을 내리면 재선거가 곧 진행될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선거는 그렇게 빨리 진행되지 않는다. 일부 언론은 재보궐선거일 기준으로 판결 확정 데드라인을 역추산하고 있다. 당선무효형이 8월 31일까지 확정되면 올해 10월 재선거, 그 이후이면 2025년 4월 재선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파기환송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몇 년 전의 권선택 대전시장 재판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권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취임 초기 기소돼, 2015년 2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선무효 판결이다. 항소했으나 그해 7월 20일 대전고법은 1심과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1년이나 걸린 2016년 8월 26일, 대법원이 상고 사유 일부를 인정해 파기환송했다. 7개월 후인 2017년 2월 16일, 대전고법은 또 다시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권 시장은 또 대법원에 상고했다. 두 번째 상고다.

이런 엎치락뒤치락 재판 과정을 보는 시민, 공무원, 그리고 언론도 피곤했다. 또 9개월이 흘렀다. 결국 2017년 11월 14일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파기환송 후 무려 1년 4개월이 지나 권선택 시장 직위 상실이 확정된 것이다.

아산시장 재판도 이렇게 흘러가지 말란 법이 없다. 1년 4개월 후 결론이 난다면 2025년 5월 말이다. 박경귀 시장은 2022년 7월 취임이후 거의 3년 시장 직을 유지하는 셈이다. 물론 10월 재선거는 없다. 잔여임기가 1년 미만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당선무효형 선고 시장의 ‘생존법’이다. 시장 재판에 대다수 시민은 큰 신경 쓰지 않는다. 시정이 얼마나 잘 흘러갈지가 중요할 뿐이다. 시 공무원은 이제 재판에 신경 끊고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시민을 생각해라. 여러분이 관심을 갖는다고 시장 재판은 결코 빨리 끝나지 않는다.

박 시장도 이제 재판보다 시정에 더 열심히 임하자. 평상심을 찾아 35만 시민의 수장으로, 후일 평가를 생각하며 시를 이끌어야 한다.

[조한필의 視線]  아산시장 재판 관심 이젠 접어라
2일 천안아산역 인근의 아산 배방읍 장재리 육교에도 아산시장의 설 인사 현수막이 걸려있다. 조한필 기자

/천안·아산 선임기자 chohp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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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 천안·아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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